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서대문구청장 당내 공천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서대문구 갑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이성헌 전 의원이 최근까지 출마 의사가 없다고 했다가 번복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민의힘 서대문구청장 후보 출마를 염두에 둔 다른 이들이 공정성을 잃은 밀실 공천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당원과 이성헌 전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일 국민의힘 서대문구청장 후보자 공천에 등록했다. 전날까지 당협위원장직을 맡다가 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당초 국민의힘 서대문구청장 당내 공천에는 4인의 후보가 등록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관위는 결격 사유 등을 점검한 끝에 강철구 변호사와 홍길식 서대문구의회 의원을 최종 2인 후보군으로 좁혀 경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추가 모집이 진행됐고, 국민의힘 서대문구 갑 지역당협위원장이던 이상헌 전 의원이 구청장 공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공천 후보 등록과 함께 당협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앞서 나섰던 다수의 후보자 측은 “원리와 원칙이 없는 밀실공천”이라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당협위원장 사퇴 시점과 사전 선거운동을 문제 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당원은 “최근 국민의힘 최고위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1일까지 당협위원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정했는데 한참이 지나 뒤늦게 후보자로 나서겠다는 것은 공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밀었던 후보가 결격사유로 인해 ‘컷오프’될 가능성이 커지자 본인이 직접 등판한 게 아니냐”면서 “꼼수를 부려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공천 후보자 추가 모집공고가 났다는 점에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엄정해야 할 공관위가 특정 후보자 측과 교감한 뒤 추가 공고를 내고 다음 스텝을 밟은 게 아니냐고 의문을 품었다.
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홍길식 서대문구의회 부의장은 “후보자 등록을 위한 서류 등을 준비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마치 짠 듯이 모집공고가 난 뒤 바로 서류 제출을 마쳤다는 것은 미리 공모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며 “지난 대선 정국에서 오는 지방선거에 구청장 후보로 나서겠냐는 당원들의 수많은 질문에 그럴 일 없다고 하셨던 분(이성헌 의원)이 태도를 바꿔 출마한다고 하니 당원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도 전에 사전 선거 운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한 국힘 당원은 “20일 공관위가 추가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는데 그 전날 이 의원을 홍보하는 문자메시지와 카드뉴스형태의 홍보물이 당원들 사이에 돌았다”며 “이미 공관위와 교감한 뒤에 등록에 앞서서 사전 선거 운동한 게 아니냐. 윤석열 당선인도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러한 행태가 벌어지는 걸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출마 후보자들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당협위원장으로서 후보자들을 공정하게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관망하다가 당원 의견을 무시하고 서울시당 공관위와 밀실공천을 주도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선이 묵살된다면 당원과 국민들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헌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주장하는 사실과 달리) 서류 접수할 때 당협위원장직 사표를 내는 것”이라면서 사전 선거 의혹과 관련해선 “어제 접수를 마쳤고, 접수를 마친 다음에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 (사전 선거운동은) 잘못된 제보다”고 일축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