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를 예상하고도 남은 화살받이인가, 본인 잘못에는 ‘모르쇠’하는 철면피인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3일 열릴 예정이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지난 10일 정 후보자 지명 이후 28일까지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정 후보자 관련 보도 설명 자료는 46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2건 이상이다.
정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 사건을 맡은 경찰청을 방문해 압박하는가 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들이댔던 잣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인사청문회 미제출 자료가 70%에 이른다는 성토도 나왔다. 가시밭길이 될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 병역 비리, 자녀 병역 특혜 의혹 등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 쟁점을 정리했다.
재검 받았지만…병역 비리 의혹 불씨 꺼지지 않았다
정 후보자 아들 정모(31)씨는 지난 2010년 처음으로 받은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대상(2급) 판정을 받았다. 5년 만인 2015년에는 사회복무요원소집 대상(4급) 판정을 받았다.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들이 병무진단서를 발급받은 곳은 아버지가 있는 경북대병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 병원 진료기록에는 병명이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으로 명시됐지만 병사용 진단서에는 ‘척추협착’으로 진단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요추 6번’이 의학용어가 맞는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병무청 4급 판정 과정에서 불법, 편법이 없었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게 신 의원 주장이었다. 의혹이 거세지자 정 후보자 아들은 결국 지난 21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재검을 받았다. 4급 판정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위원들은 “국민 관심사는 지금 아들의 척추 상태가 아니다. 병역 4급 판정 당시 2015년 촬영했던 MRI 2번, CT 1번의 영상 자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 후보자 아들이 척추협착증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지 두 달 뒤 8박9일 일정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 정 후보자 측에서는 대다수 척추질환자들은 여행 및 운동과 같은 일상생활을 지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딸, 아들 잇따라 편입…‘아빠찬스’ 있었나
정 후보자 딸은 지난 2017년에, 아들은 2018년에 잇따라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했다. 정 후보자가 각각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과 원장을 맡고 있던 시기였다. 편입학 평가위원단들은 정 후보자와 최대 7편까지 논문을 함께 썼거나 동문회 활동 등으로 엮여 있었다. 의대 편입학 시험은 서류 전형-면접-구술평가로 이뤄졌다. 2017년 정 후보자 딸은 특히 구술 3고사실에서 평가위원 3명으로부터 모두 만점을 받았다. 평가위원 3명 중 2명은 이듬해 아들 서류전형에서도 참여해 최고점을 줬다.
정 후보자는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7일 자기소개서에 부모 이름과 직장을 기재할 수 없고, 심사위원 배정은 시험 당일 무작위로 이뤄진다며 “특정 개인에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경북대 측은 2017~2018년 의대 편입학 구술, 면접 당시 응시자 이름과 수험번호가 심사위원에게 노출된 상태로 시험이 치러졌다고 밝혔다.
최근 6년간(2015~2020년) 의대 학사 편입생 중 부모가 같은 의대 교수인 경우는 정 후보자 자녀 2명을 포함해 총 8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두 자녀를 의대 편입학 시킨 사례는 정 후보자가 유일했다. 의학계를 비롯해 의대 교수 자녀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은 충분한가…‘결혼=애국’ 칼럼으로 비판
정 후보자 본인도 무단 겸직, 경북대병원 운영, 과거 기고 칼럼 내용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 후보자는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상가 건물을 1993년 상속받아 부동산 임대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 1998년 경북대 의대에서 국립대 교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월 2300만원의 임대료를 받으면서도 겸직 신고를 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겸직을 하려면 소속 기관에서 사전 허가를 받게 돼 있는 국가공무원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정 후보자가 겸직 신고하지 않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재직 중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비상임이사를 비롯, 외부기관 7곳 직무를 맡았다. 대한위암학회와 대구의료원 직무에 대해서만 지난 19일에서야 경북대에 겸직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가 7개 기관 중 4곳에서 받은 수당은 5000만원 가량에 달한다.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후보자가 병원장을 맡았던 3년 간 경북대병원은 장애인 고용률, 청렴도, 환자 만족도, 응급의료기관평가, 코로나19 진료 실적 등 다양한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의료인 경험만 갖고 있는 정 후보자가 연금개혁·영유아 보육시스템 개편·사회안전망 강화·장애인 맞춤형 지원 등 중요 복지 분야의 국정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물음표를 낳는다.
과거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 내용을 두고도 자격 시비가 일었다. 정 후보자는 대구, 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에 기고한 ‘의창’이라는 칼럼에 ‘결혼과 출산은 애국’,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이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또한 ‘3M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개정된 법을 비꼰 의료단체 글에 동조,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