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해 운영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법안을 입법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과잉법안’이라며 반발했다.
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특정 게시판 운영 중지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이유로 ‘커뮤니티 폐쇄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법안에는 특정 정보 유통과 웹사이트, 게시판 등의 운영을 중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법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했다.
반면 개정안이 적용되면 ‘커뮤니티 폐쇄법’은 권리 침해로 게시글을 신고하면 해당 홈페이지 관리자와 운영자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을 두고 여론은 싸늘하다. 보수와 진보 커뮤니티 모두 법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표적인 보수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를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다음에는 유튜브나 SNS 등을 통제하려고 하냐”며 “범죄 피해자가 진짜 범죄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 커뮤니티 ‘클리앙’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클리앙 누리꾼들은 “기존 법안에서 확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과잉 입법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루리웹 누리꾼들도 발의자 명단을 공개하는 등 강력하게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태다. 법안을 발의한 이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법안은 커뮤니티 폐쇄법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온라인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의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라며 “형사소송 절차에 따라 피해 사실이 명백히 소명되고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때 게시판을 일시 정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특정의 다양한 주제가 오가는 대형 커뮤니티가 대상이 아닌 특정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시판을 의미한다”며 “팬심으로 만들어진 게시판이 변질돼 허위사실 유통 채널이 되는 경우를 참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피해자라는 마법의 단어로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포털 전문가는 해당 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절차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법안 취지와 다르게 명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중 절차가 생략된 것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를 벗어난 항목에서 게시판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기에게 불합리다고 생각해 제소한 경우 실제 피해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절차가 생략될 경우 커뮤니티 생태계 특성에 맞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도 해당 법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법에서도 가능한 문제점을 새로운 법안을 통해 규제하려는 의미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본지와 통화에서 “특정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피해가 확인됐을 경우, 기존 법률 테두리 안에서 조치 가능한데 새로운 법안을 도입하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