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시공사업단과 조합간의 갈등, 건설 자재 가격 폭등 등이 원인이다. 공사 중단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서 분양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연합회는 다음 달부터 공사비 증액에 비협조적인 시공사의 현장에 대한 공사를 다음 달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시공사에 최종 협조 공문을 보낸 뒤 다음 달까지 협상을 진행한 후에 셧다운 시기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수도권 공사현장의 3분의 1이 멈출 가능성도 나온다.
‘공사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원자잿값 인상이 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주재료인 유연탄은 지난해 대비 1.25배 늘었다. 유연탄의 상당 비중이 러시아산이었던 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 427달러까지 급등했고 3월에는 30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철근 값도 지난해 t당 50~60만원 선에서 최근 100만원대로 약 두 배 뛰었다.
원자잿값 폭등에 공공개발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4일 성남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가 개최됐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다. 원자잿값 상승이 반영되지 않는 공사비로 건설사들이 등을 돌렸다. 지난달 29일 시공사 입찰이 진행된 경기도 성남시 수진1구역 재개발 사업도 유사한 이유로 유찰됐다.
부산·경남지역도 레미콘 기사들의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부산건설기계지부 경남 양산·김해·창원 진해지역 레미콘 기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도 18일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임금과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시멘트값 인상 등으로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다.
건설 자잿값 인상으로 현장 곳곳에서 파행이 빚어지면서 분양비 인상도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재가격이 오르면 분양가의 상승 요인이 된다. 자재 가격 문제는 적어도 올해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재건축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도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분양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갈등이 깊어지면서 시공사업단은 다음 달 현장에 있는 57대의 타워크레인을 전면 철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타워크레인은 해체에만 약 2달, 재설치에도 최소 2개월에서 반년가량 소요된다. 재설치시 한 대당 계약을 다시 맺어야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타워크레인 전면 철가가 곧 사태 장기화의 기정사실화로 판단한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 일반분양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사태 해결이 미뤄지면서 분양일정도 기약없이 밀리게 됐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