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첫 관문 ‘공항’, 감염병 감시체계 촘촘해졌을까[엔데믹, 앤데믹]①

방역 첫 관문 ‘공항’, 감염병 감시체계 촘촘해졌을까[엔데믹, 앤데믹]①

기사승인 2022-06-16 06:00:25
①방역 첫 관문 ‘공항’, 감염병 감시체계 촘촘해졌을까
②집단감염, 다음엔 막을 수 있을까
③디지털+대면’ 영업 빛나지만…그림자는 깊다
④코로나19 끝나니 인플레 위기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확산세가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설령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감염병과의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가 차례로 지나간 후 코로나19가 왔던 것처럼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언제든 우릴 공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End)데믹은 앤(And)데믹이다.


쿠키뉴스는 언제 다시 우리를 덮칠지 모를 감염병에 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살펴봤다. 먼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됐기에 ‘공항’의 감염병 감시체계를 들여다봤다. 이후 국내에 들어온 감염병이 ‘종교시설’, ‘콜센터’ 등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통해 크게 확산한 점을 되짚어본다. 

2020~2021년 인천공항 외부에 설치됐던 임시 코로나19검사시설.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스·메르스·코로나19…공항 검역, 발빠른 대처에도 ‘잠복기’는 못 막는다

국내는 해외유입감염병으로 몇 차례 국가 보건체계에 위기를 맞이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유행, pandemic)’으로 선언했던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 그리고 ‘에피데믹(유행병, epidemic)’인 2003년 사스(SARS),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 2015년 메르스(MERS)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검역 ‘구멍’이라는 문제 제기는 2015년 메르스 때 불거졌다. 메르스 첫 유입 후 엔데믹을 선언한지 3년 만에 확진자가 재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이 확진자는 공항 검역단계에서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입국장을 통과했지만 4시간 만에 민간 병원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져 검역체계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됐다.    

당시 확진자는 쿠웨이트로 출장을 갔었고 입국 10일 전부터 설사가 있었다고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열이나 호흡기 증상은 없었기 때문에 검역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에서 체류하다 귀국한 부산 거주 40대 여성이 인천공항 검역을 통과한 뒤 부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해당 여성이 입국 일주일여 전인 8일 이미 근육통,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는 입국 전 해열제를 복용, 인천공항 입국 당시에는 무증상자로 분류돼 부산으로의 이동이 가능했다.

인천공항은 1차 방역선이지만 모든 확진자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잠복기가 길거나 무증상인 경우, 건강상태질문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경우는 걸러낼 수가 없다. 또한 검역 자체는 나라별 외교 관계까지 고려해야하는 만큼 섣부른 입국 통제나 검역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19 대응 검역시스템은 지난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등을 거쳐 오며 확진자 상황에 따른 신속한 지침 변화로 ‘준수’했다는 외부 평가를 받았다. 타 국가와 비교해 입국 제한 시기가 적절했고 유전자증폭검사(PCR)·신속항원검사,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 등 기술을 활용, 공항 내 코로나19검사센터를 설치해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엔데믹 준비하는 공항 검역소와 코로나19센터…“분산된 체제 한계점”

입국자들이 Q-code가 적힌 서류를 들고 검역소를 방문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입국 전 서류 검역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입국자들. 규제 완화로 대기자들간 거리두기는 없어진 모습이다.  사진=박선혜 기자

 

엔데믹에 접어든 공항 검역소와 코로나19센터, 향후 또 다른 감염병을 대비하기에 문제점은 없을까.

지난 8일 질병관리청은 “안정화 추세에 있는 국내외의 방역상황과 증가한 항공 수요를 고려해  포스트 오미크론 해외입국체계 3단계 개편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예방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의무가 해제되며 PCR과 신속항원검사를 포함한 입국 전후 검사는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었다. 

또한 증가하는 해외 입국자 수에 대비해 입국 대기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Q-code) 이용을 권장했다. 이에 따라 검역소는 Q-code 확인 부스와 건강상태질문서 서류 확인 부스 및 동선을 따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코로나19검사센터 앞 한산한 대기 공간.   사진=박선혜 기자

코로나19검사센터도 엔데믹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입국자, 출국자 동선을 나눠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했던 코로나19검사센터는 한 때 서있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규제가 완화되면서 한산해졌다. 

명지병원 산하 코로나19검사센터 원장인 임재균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검사센터는 인천공항과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사업장이나 다름없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코로나19검사센터도 올해까지만 운영할지 두고 보고 있다. 아직 중국과 일본 입출국 규제가 남아있어 이들의 상황에 따라 검사센터의 연장 유무도 갈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약 1년간의 검사센터 운영을 되돌아보며 임재균 교수는 ‘참 힘든 시기’였다고 답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정부 지침에 따라 검사센터도 재빠르게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현재 정부가 지시한 ‘애매한 검사지침’이 센터나 검역소의 역할을 약화시켰다고 제기했다. 일례로 규제 완화에 따라 PCR 및 항원검사 의무도 2회로 감소했는데, 막상 검사 유무를 확인할 방도는 없다는 것이다.

입국장을 지나 밖으로 나오면 바로 길 건너 택시 정류장이 보인다. 그 뒤로 코로나19검사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검사를 위해서는 택시 정류장을 지나쳐야 한다.   사진=박선혜 기자

그는 “이전에는 검사 규제가 엄격한 만큼 출국장에서 검사센터로 바로 오거나, 중간에 자리잡은 택시기사들이 직접 안내를 해주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검사 규제가 완화되고 감염 우려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면서 입국한 사람들을 바로 태우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현 시스템 상 검사를 진행해도 양성인 경우만 연락이 오니, 검사를 안 하더라도 음성이라고 얘기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검사를 하는 사람이 양성이 나오면 바보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Q-code 경우도 해외에서는 위조증까지 팔고 있고 실제 구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싱가폴은 국가가 지정한 앱과 사이트에서만 신청할 수 있고 검사도 지정한 센터에서만 가능하게 돼있다”며 “현재 검역 시스템은 너무 분산돼 있다. 그만큼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얘기다. 국내도 국가 단위의 집약된 검역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현 검역시스템 충분히 노력한 결과지만, 기본기 더 강화해야”

검역소 대기 공간에 배치된 건강상태질문서. 보통 비행기 탑승 전 제공된다.  사진=박선혜 기자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KMI) 상임연구위원은 과거 해외감염병에 비교해 이번 코로나19 검역시스템은 ‘매우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사스, 메르스와 코로나19는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병의 특징이 완전히 다르다”며 “사스나 메르스는 특징상 검역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검역으로는 걸러내기 힘든 감염병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사스나 메르스는 기본적으로 증상이 있는 사람만 감염력이 있었고 대부분이 증상을 나타냈기 때문에 공항에서 위험지역 건강상태질문서 받고 방문력 등의 기초자료 조사, 발열환자 모니터링만 해도 공항 검역이 어느 정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부터 이미 감염력이 있어 공항에서 아무리 검역을 강화하고 조사를 하고 발열환자 모니터링을 해도 실제적으로 아무 증상이 없는 본인이 감염됐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한 코로나19 환자를 찾아낼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나 독감(인플루엔자) 같은 병은 공항 검역을 통해서 애초에 막을 수 없고 혹시 환자를 걸러낼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극히 일부만 가능하기 때문에 흔히 사용되는 ‘코로나19가 공항 검역 과정에서 뚫렸다’는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다”며 “10명 환자 중 공항 검역에서 1명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면 정말 검역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건강상태질문서, 동선 등 기본적인 부분을 더 강화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이다.

신 위원은 “공항 검역 과정에서 앱을 활용하든 서면 서식을 활용하든 건강상태질문서를 그냥 제출 여부만 확인하고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상태질문서만 꼼꼼히 확인해도 경미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 가능했던 즉 역학적 연관성이 있던 사람들을 선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장기간 고위험 지역이나 변이 유행 지역에 있던 사람들을 미리 선별해서 필요하면 추가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비행 시에도 다른 사람과 좌석 배치를 달리 배치해서 문제가 생기면 따로 관리하거나 혹시 잠복기에 있다가 비행 중 증상이 새로 나타나도 최대한 다른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이런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발열 환자 체크도 잠복기에 있다가 갑자기 증상이 생기는 사람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 수속 과정에서 어떤 단계에서 발열 체크를 하는 것이 좋을 지 발열 이외의 다른 호흡기 증상이나 몸살 기운이 있는 환자들을 어떻게 입국 과정을 진행할지 출발 지역(공항)마다, 항공기마다의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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