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고통이 시작됐어요. 침대에서 내려올 때, 방 바닥에 발이 닿는 것도 아팠습니다.”
10년 동안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김수진(46세, 가명)씨는 투병 생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아침을 꼽았다. 오전에 느껴지는 고통이 가장 심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완화했다. 체감상 통증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지속됐다. 식사를 하거나, 출퇴근을 하는 등 격렬한 동작이 필요하지 않은 때에도 통증이 심했다.
“밥을 먹고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데, 그 얄팍한 약봉지를 찢을 수가 없었어요. 물을 마시려고 해도, 물병 뚜껑을 돌려 열기가 힘들었습니다. 정오가 지나서야 통증이 조금 줄어들지만, 여전히 팔을 움직이기 어려웠어요. 저는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칠판에 글씨를 쓰기 힘들었죠. 한 손으로 글씨를 쓰고, 다른 손으로는 팔을 잡아 지탱하는 자세로 간신히 수업을 진행했어요”
수진씨는 최근들어 부쩍 안정을 되찾았다. 그동안 통증을 견디기 위해 다량 복용했던 스테로이드제, 진통소염제 등도 더는 매일 찾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치료방법을 설계하고, 최선의 치료제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의료진과 노력한 결과다.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받고, 의사 선생님과 같이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해에 치료제를 바꾸고 나서는 석달만에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체감상 통증도 많이 나아졌어요. 지금은 스테로이드제를 완전히 끊었고, 진통소염제도 많이 줄여서 곧 끊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고, 남들과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수진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의료진과 함께 ‘멀리 내다볼 것’을 강조했다. 그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외관상 이상이 보이지 않아 주변에서 꾀병으로 오해를 받기 일쑤”라며 “주변에 본인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환우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고 심리적 지지를 얻으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평범한 일상을 가로막는 만성 질환이다. 유럽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코호트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등도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45%, 중증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67%가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진씨를 진료한 최정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경험을 들었다.
Q. 류마티스관절염은 어떤 질환인가요?
‘류마(Rheuma)’라는 것은, 옛 그리스어로 ‘흐름’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류마티즘’이라는 것은 그 흐름에 문제가 있는, 염증이 있다는 뜻입니다. 혈액에 문제가 있어서 그것이 관절에 나타나는 질환을 류마티즘이라고 통칭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류마티즘은 어떠한 이유에서 우리 몸의 혈액에 문제가 생겨 자가 항체가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주로 관절 증상이 문제가 됩니다. 소관절에 주로 통증이 많고, 초창기에는 손, 손목 등의 관절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경우 발 관절에도 침범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관절이 붓고 아픈 증상이 가장 나타나고, 나중에는 관절 변형까지도 겪게 됩니다. 관절이 불편하면 생활에도 많은 불편이 생깁니다. 특히 손이 불편하면 행동에 제약을 많이 받습니다.
아침에 ‘조조강직’이라고 하는 뻐근함, 뻣뻣함, 붓기가 지속됩니다. 보통 짧게는 1시간 정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힘들고, 오후에 조금 나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조강직은 예전에는 진단 기준에 들어가 있었지만 지금은 진단 기준에는 없습니다. 전신 질환이다 보니 피로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열감, 식욕 부진 등, 전신적인 증상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수진씨가 처음 내원했을 당시 상태는 어땠나요?
처음 내원 당시 불편함이 많으셨습니다. 환자의 언니분께서도 류마티스관절염이였는데요. 환자분들이 가족이나 어머니, 여자 형제 중 환자가 있으면 유전되는지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유전되는 병은 아니지만, ‘가족적 경향’이 나타납니다. 직계 가족 중 같은 병을 가진 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염증 수치가 높았고, 이전 치료에도 반응이 잘 안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치료 반응이 불충분해 야누스키나아제(JAK) 억제제 ‘유파다시티닙’ 치료를 제안을 했습니다. 현재는 병이 많이 호전됐고, 환자의 삶의 질도 상당 부분 개선됐습니다. 치료 반응도 좋고, 조조강직 등을 비롯한 통증 증상이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환자가 아직 40대 중반이기 때문에 앞으로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예후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경과를 보면서 꾸준하게 관해 상태를 지속시키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류마티스관절염은 완치가 불가능한데,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요?
류마티스관절염은 주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해 관해 목표치에 미달하면 적극적으로 약제를 교체하는 목표 지향적 치료 ‘T2T(Treat To Target)’ 전략을 통해 ‘관해’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관해는 환자가 통증이나 증상도 없고, 검사 소견도 괜찮은 상태를 말합니다.
관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질병활성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병활성도는 낮음-중간-심함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아픈 관절의 개수, 염증 정도, 환자가 느끼는 통증 등을 종합해서 몇 가지 지표를 통해 파악합니다.
가장 많이 쓰는 관해 지표는 DAS28입니다. 28은 관절의 수를 의미합니다. 양쪽 손에 있는 관절들, 팔꿈치, 어깨, 무릎 관절 등 28개의 관절에서의 통증 또는 붓기가 있는지 여부를 평가합니다. DAS28수치에 혈액 검사로 검사한 염증 수치를 더해일정한 공식으로 평가하는 DAS28-CRP, DAS28-ESR 등이 있습니다. DAS28-CRP는 C반응성단단백 수치를, ESR은 적혈구침강속도를 측정합니다.
결국, 관해가 가장 좋은 상태이며 질병활성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구체적인 치료 과정과 치료제가 궁금합니다.
미국류마티스학회, 유럽류마티스학회 등에서 지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1단계 치료 후 6개월 경과를 지켜보고, 상태에 따라 그 다음 단계 치료를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1차적으로 사용하는 ‘메토트렉세이트(MTX)’라는 약이 있는데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약입니다. 원래는 암 환자에게 쓰이는 약으로 개발돼, 지금도 항암제로 분류됩니다. MTX와 같은 항류마티스 약물들에 다른 몇 가지 약물들을 조합에 맞추어서 환자들을 치료하던 1990년대 후반 들어서 주사요법으로 쓰는 생물학적제제가 나왔습니다.
생물학적제제의 등장으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법은 획기적으로 전환됐습니다. 장기간 사용 시 이상반응 위험이 있는 스테로이드나 소염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입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를 막아주는 약, 염증에 관여하는 인터루킨(IL) 6번을 막아주는 약, 면역세포들의 작용을 막아주는 약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전까지 생물학적제제는 모두 주사제였습니다. 그런데 10여년 전부터는 알약 형태의 JAK 억제제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몸의 염증 반응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를 막아주는 기전입니다. 현재 시중에는 총 3종의 JAK억제제가 나와 있고, 지금은 4, 5번째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주사 요법에 불편함을 호소했던 환자들에게 편의성 측면에서 좋은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Q. 환자들에게 조언과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주사 한 번, 약 한 번으로 낫는 병이 아닙니다. 하지만 류마티스관절염을 불치병으로 치부해 두려움에 빠지기 말기를 바랍니다. 많은 치료 옵션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해서 관리를 하면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좋은 약들과 치료법을 찾아나가면 충분히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약이 다양화되면서 의사로서도 환자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질병을 두려워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합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