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끝났지만 여전히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씨. 운영자금이 필요해 여러곳에서 대출을 받은 A씨는 최근 대출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정부나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봤다. 채무통합으로 인터넷에 검색한 뒤 최상단에 위치한 홈페이지를 누른 A씨는 ‘대한민국 채무통합 지원센터’라는 곳으로 들어가게 됐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상담신청을 하니 곧 전화가 왔다. 하지만 다른 대출상품을 이용하라는 말에 일단 전화를 끊은 A씨는 후일 해당 업체가 ‘정부 사칭형’ 사금융 업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부지원’, ‘서민통합지원’, ‘근로자대환’ 등의 키워드를 사용하면서 마치 정부지원 대출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업체들의 대다수는 인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하는 업체들도 많지만, 금융위나 지자체 등록인가를 받고 난 뒤 영업하는 업체들도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우려된다.
이같은 정부 사칭 사금융 업체들은 인터넷이나 SNS 등지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검색매체 등에서 광고 노출을 통해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 등 금융공기관들이 운영하는 진짜 홈페이지보다 앞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유형은 몇 가지로 나뉜다. 일단 별다른 설명 없이 ‘저금리’ ‘채무상환’ 등의 명목으로 이름과 전화번호, 추가적인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해당 홈페이지는 일대일 상담을 유도해 추가적인 계좌번호나 정보들을 빼돌리는 ‘보이스피싱’ 형태에 가깝다.
다른 유형으로는 ‘정부’ 사칭 유형이다. 태극기, 혹은 정부에서 사용하는 폰트인 ‘대한민국정부상징체’를 사용해 금융공기관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인 것처럼 위장한다. 이 업체들은 첫 번째 유형처럼 보이스피싱 형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제 정부지원대출 상품인 햇살론을 중개할 것처럼 말하지만, 실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 사칭 업체들은 진짜 대부업체들인 경우와 단순 ‘대출중개법인’ 두 가지로 나뉜다. 대부업체들은 자신들의 대출상품을 이용하도록 상담자를 속인다. 대부업체들에게서 대출을 이용하다 보니 고금리 상품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걸렸다면 그나마 제도권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보니 최악의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출중개법인’의 경우 더 안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중개법인은 대출모집인을 통해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올해 1월 대출모집인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대출모집인들은 의무적으로 번호를 명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사칭업체들은 대체로 번호를 명기하지 않은 ‘미등록업체’들이 많다. 이 경우 정식 금융사의 대출을 알선하지 않고 불법사금융을 연결하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불법대출 뿐 아니라 스미싱 앱을 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 사칭업체들을 금융당국에서도 꾸준히 적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홈페이지를 차단한다 하더라도 다시 비슷한 홈페이지를 만들면 다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
법적으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대부업 또는 대부중개업자나 일을 하려는 자는 관할 지자체에 공식 등록을 해야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불법대출 광고 업체들을 대부업법 위반으로 처벌하려 해도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무원 사칭죄’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공무원 사칭죄는 일정 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 사칭하고, 그 직권을 행사한 사실이 있어야 죄를 적용하지만 사칭죄 성립조건이 만족되지 않는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이런 사칭업체 유형을 미리 알아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금원 관계자는 “서금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유사명칭 및 로고를 도용한 광고들은 대부분 개인 경제생활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불법 대출을 진행해 피해를 입힌다”며 “서민금융진흥원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컨설팅 및 대출상담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업체들을 발견했다면 ‘서민금융 사칭 신고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