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손해보험사의 전용상품으로 여겨졌던 운전자보험이 생명보험사도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운전자보험이 손해율이 비교적 낮아 상품성이 높다 보니 생보사 차원에선 신규 먹거리 창출을 위해 이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이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자부치)를 보상하는 상해보험을 판매하거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특약은 자동차 운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교통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 부상급수별로 보상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을 말하며, 운전자보험에서 특약 형태로 판매돼 왔다. 부상급수는 자동차보험의 근간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손보사의 고유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이번달 ‘수호천사 내가만드는상해보험’에 자부치 특약을 넣어 판매를 개시했다. 이 상품은 재해사망을 주계약으로 하고, 자부치 특약은 차량사고에 의한 신체상해를 14등급 기준 최대 4000만원(5구좌)까지 보장한다.
여기에 농협생명도 오는 11일부터 자부치 보장을 탑재한 재해보험을 출시할 계획을 밝히며 생보사의 자부치 판매에 참가했다. 최고 가입금액은 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생보사 이외에도 삼성생명·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도 자부치 특약 판매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운전자보험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이유는 ‘수익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평균 손해율은 61.2%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전체 적정 손해율을 80%대로 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운전자보험의 수익성은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산운용에도 유리하다. 통상 운전자보험은 만기를 최장 30년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10년 이하 만기에 많은 가입자가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험사가 쌓아야 할 준비금 부담도 적어져 수입보험료를 적극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생보사의 운전자보험 판매를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손보업권서 운전자보험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가부상) 담보 특약 확대 등이 일어나자 해당 특약을 단종하라고 지시했기 때문. 당시 손보업계는 영업 확대를 위해 가입자에게만 보험금을 지급하던 자동차부상치료비(자부상) 특약 보장 범위를 가족까지 넓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를 두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생보업권이 판매하는 자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월 흥국생명은 생보업계 최초로 상해보험에 자부치 특약을 포함한 무배당 흥국생명 다사랑OK상해보험을 선보인바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며 불과 1개월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와 손보가 판매하는 운전자보험 특약 자체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 완벽히 동일한 영역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업권끼리의 경쟁은 있겠지만 손보와 생보간의 전면 경쟁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운전자보험 추이를 어떻게 보느냐”라며 “특히 대형 생보사들이 진출할 경우 감독지시가 올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