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가운데 하나인 묘지를 둘러싼 ‘묘세권’ 아파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연 속 녹지를 강조한 아파트들이지만 그만큼 인근 묘원과도 인접해 있어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왕산리 일대에 들어서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몬테로이가 인근 묘원을 중심으로 논란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아파트는 왕산리 도시개발사업의 주역으로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친환경 단지···근처에는 묘지가 ‘한가득’
힐스테이트 몬테로이가 내세웠던 주요 강점은 ‘새골산 친환경 단지’였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려는 수요자들의 마음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인근에 광주공원묘원과 한남공원묘원이 위치한 것이 논란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개인 분묘도 다수 형성돼있는데 정작 입지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지하철역(경기광주역)의 경우 7km 떨어져 있다.
앞서 나열한 세 곳의 묘지 면적을 모두 합칠 경우 모현읍 왕산리 일대 도시개발사업 구역보다 넓다. 단지 근처에 단지보다 넓은 묘지가 존재하는 셈이다.
묘지뿐만 아니라 다른 단지 인근에 혐오시설도 위치해 있다. 우선 한남공원묘원으로 들어가는 골목 곳곳에 공장이나 창고 등 주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설들이 늘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인근에 하수처리장인 모현레스피아도 위치해 있어 악취 유발도 우려됐다.
묘지 논란 처음 아니지만···배산임수부터 실제 공사까지
묘세권 아파트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지속됐다. 지난 2019년에는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GS건설의 ‘삼송자이더빌리지’가 풍부한 녹지를 강조하며 홍보에 나섰지만 인근 묘지에 관한 언급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아 ‘꼼수’라는 힐난을 받았다.
같은 지역에 분양을 계획한 우미건설의 ‘삼송 라피아노’도 단지 내부에서 묘지가 관측되는 것이 알려지며 좋지 않은 평가가 이어졌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밤에 해당 지역에 가봤는데 공포스러웠다”, “묘지가 너무 많아 개발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묘세권 아파트의 탄생 배경은 배산임수에 있다. 아파트의 입지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인 배산임수는 묘지에도 해당되는 조건이기에 아파트와 묘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묘지는 공장·하수처리장과는 다르게 자연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학군과 쾌적성 등의 문제로 입지상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혐오성 또한 높은 것이 특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무래도 묘지 주변 땅값이 저렴한 편”이라며 “일반적으로 낮은 임야가 인접해있고 경사도 등에 있어서 산지나 농지 등에 비해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봤을 때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며 “다만 소위 말하는 혐오시설이기에 보상 등의 부분에 대해서 시간이 소요돼 개발 속도가 더딜 수 있는 것이 문제점”이라며 묘지 주인과의 갈등 가능성 등에 대해 지적했다.
다만 “원만한 합의를 통해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불구 1순위 청약 마감···향후 전망은
묘세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는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전 가구 완전판매를 달성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해당 아파트는 평균 14.2대 1의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타입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진행된 무순위 청약의 경우 168가구 모집에 총 1237건이 몰려 평균 7.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1424만원으로 1·2블록이 각 1458만원과 1460만원, 3블록은 이들 2개 블록보다 낮은 1361만원이었다.
지역 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아파트 파워로 청약이 빠르게 마감됐다”며 “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비규제지역인 것이 이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는 입주자 공고문에 묘지와 하수처리장에 대해 짧막하게 언급을 했다. 차후 논란 방지를 위해 공지한 셈이다. 다만 향후 묘원 처리나 개발 여부 등 잠재적 갈등 요소 해결 방안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송 대표는 1순위 청약 마감에 대해 “주택 구매 필요성과 보유 금액이 맞았을 경우 충분히 가능한 결과”라며 “다만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입주자 공고문에 묘지 등 혐오시설에 대해 공지는 해뒀지만 차후 주택 가격이 주변 환경 때문에 조정을 받을 경우 공분을 살 수 있다”며 “청약자들이 해당 시설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