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습격자’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하기로

‘생태계 습격자’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하기로

기사승인 2022-07-13 14:59:12
충북 영동군 용산면 미전저수지의 가마우지 번식터. 이 곳은 원래 백로번식지였으나 알을 먼저 낳는 가마우지가 선점해 자신들의 번식터로 차지했다. 이처럼 가마우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다른 조류의 번식터와 휴식지를 빼앗고 있다.

- 환경부, 지자체에 개체수 조절 위한 관리지침 배포
- 묵은 둥지 제거·가지치기 등 비살생적 조치 위주
- 개체수 조절 효과 판단해 향후 포획도 검토
- 쿠키뉴스 민물가마우지 집중 보도도 한몫
12일 오전 충남 보령시 한 지천의 인공구조물에 사냥을 마친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환경부가 13일 지자체 대상으로 ‘민물가마우지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관리지침’을 배포한다.
정부가 어족자원 손실, 수목 백화현상, 우리 고유의 토종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사냥해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최상위 포식자’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에 나섰다. 방법은 묵은 둥지를 제거하고 천적 모형을 설치하는 등 비살생적인 방식을 통해서다.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 77∼100㎝, 몸무게 2.6∼3.7㎏의 중대형 물새류다.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200여 마리가 집단 번식하는 사실이 최초 확인된 뒤 한강 상류와 내륙 습지 지역으로 집단 번식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후 경기 양평군 족자섬, 수원시 서호, 소양강 상류 지역 등 전국 곳곳에서 집단 서식이 확인되었다.
식성이 뛰어난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600g 정도의 먹이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식능력 또한 뛰어나 2,3차 번식도 가능하다.

이런 개체 수 증가는 전 세계적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댐이나 수중보 건설로 먹이 섭취가 용이하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호수나 강 한가운데 작은 섬들이 늘어나면서 민물가마우지의 집단 번식지도 증가하고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사냥능력이 탁월한 이들이 강이나 호수 수계에서 하천의 중상류까지 세력을 넓혀가면서 어름치, 열목어 등 우리 고유 보호종까지 닥치는대로 잡아먹는데 있다. 민물가마우지의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배설물을 쏟아내면서 백화현상이 발생해 나무들은 고사하고 토양이 오염된다. 이들 무리가 일부 상수원보호구역까지 올라와 집단서식하면서 상수원 오염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겨울철새였지만 현재 집단번식으로 텃새화된 상태다. 지난 1월 국립생물자원관이 실시한 조류 동시총조사 결과 국내 3만2196마리가 월동하는 게 확인됐다. 번식 규모와 위치는 다양하다. 따뜻한 지역 개체군일수록 번식 시기가 이르다. 늦은 2월이나 3월부터 짝짓기를 시작하고, 4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 산란한다. 알의 개수는 3∼5개다.
춘천시가 소양강 내 민물가마우지 집단번식지를 물청소하고 있다.

 둥지 제거 등 ‘비살생적’ 방법으로 개체수 조절
이번에 환경부가 지자체에 배포한 지침에는 집단 번식지 형성 억제를 골자로 하는 조치가 담겼다.
번식지 형성 전인 봄철에는 ▲전년도 묵은 둥지 제거 ▲천적 모형 설치 ▲공포탄 등 활용한 소음 유발 등으로 번식을 방해하도록 했다. 번식 이후인 가을철에는 ▲가지치기 ▲제한적 간벌(불필요한 나무를 솎아 베는 작업) ▲묵은 둥지와 둥지 재료(나뭇가지) 제거 등을 통해 다음 해의 둥지 형성을 억제하도록 했다.
대전시 동구 대청호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내 작은 거북 모양의 섬. 풀한포기 없이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 나뭇가지 끝에서 바닥 토양까지 온통 질산과 인산 성분이 강한 가마우지 배설물로 가득하다.

민물가마우지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기준상 ‘LC(최소 관심종)’ 등급에 해당한다. LC등급은 일반적으로 많이 관찰되는 종으로 민물가마우지의 개체수 증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州)나 일본 야마나시현 등에서도 둥지나 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 조절에 나선 사례가 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우리보다 앞서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을 고민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람이 마음 먹은대로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것처럼 우선 포획보다는 둥지훼손이 적절한 방법”이라며 “당분간은 민물가마우지의 개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포식자가 없는 상태에서 개체수 조절도 필요하겠지만 어차피 그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우리들이 만들어 이 땅에 불러들인 새이기에 그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마우지 개체수 급증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가마우지가 유해 야생조수로 지정되지 않아 현재는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앞으로 지자체는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제기된 경우에 현장조사를 거쳐 해당 지역을 관리대상 지역으로 정하고 집단번식지 관리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 ▲관리지역 선정결과 ▲조치 내용 ▲조치 후 개체수 변화 등 자료 ▲낚시터·양식장 등 피해조사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환경부가 이번 지침 효과를 파악하고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지침에 직접 포획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건 현재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경제적 피해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수원시 서호 내 인공섬을 차지한 민물가마우지 무리

자연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수만(63) 씨는 “중국의 경우처럼 어미 새와 새끼들을 한번에 제거하는게 가장 효과적이긴 하지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효과적인 방법이 둥지 허물기이다. 계속해서 둥지를 허물면 산란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민물가마우지는 특성상 집단 서식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 조절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일부에서는 가마우지 개체수가 늘고 있지 않다고도 하는데 전국 촬영을 다니면서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야생조류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쿠키뉴스 민물가마우지 집중보도도 관리지침에 도움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이번 관리지침은 민물가마우지 집단번식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에 우선 비살생적인 개체수 조절 방법을 적용해 그 효과를 살피는 동시에 실제 발생되는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침 적용 효과와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포획 등 적극적인 구제 방법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관리지침을 준비하면서 쿠키뉴스의 민물가마우지의 집중기획보도도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남이섬 인근의 작은 섬에서 새끼를 키우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는 몸 전체가 검은색이며 부리 끝이 구부러져 있는 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관심필요종으로 분류돼 있다.

쿠키뉴스는 초망원렌즈와 드론을 이용해 민물가마우지가 집단 번식하면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북한강과 남한강 수계와 호수, 내린천 등 청정 계곡과 상수원보호구역을 지난 4월 초부터 한 달 반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후 민물가마우지로 인해 피해상황을 3회에 걸쳐 온라인과 지면에는 양면화보로 게재하고 영상도 제작해 유투브에 방영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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