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에 뜨거운 한숨…주차 알바생의 고충

찜통 더위에 뜨거운 한숨…주차 알바생의 고충

뜨거운 차량 열기·매연 냄새 속 ‘구슬땀’
“역주행·방어막 치는 진상 손님도 많아”

기사승인 2022-07-20 06:00:09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요원이 안내를 하고 있다. 김한나 기자

“더위도 더위지만 알바생에 대한 손님들의 배려가 부족해 보여 그게 더 힘듭니다.”

지난 주말 오후 7시께 서울 여의도의 모 백화점 지하 3층 주차장.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주차장과 연결된 자동문을 열자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쉴새 없이 밀려드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차량이 내뿜는 엔진 열기와 주차장을 뒤덮은 매연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주차 안내요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 모씨(남·30)는 계속 대기 중인 차량을 안내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모자와 장갑, 마스크까지 착용한 이씨는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었다. 고객 응대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안내가 끝나면 시시각각 에어컨 앞을 지켰다. 주차장 곳곳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이동식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이씨는 “주말에는 엄청 바쁘다. 차량이 나가면 바로 채워야 되는데 5분 이상 밀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면서 “주차장 안쪽보다 입구가 훨씬 덥다. 계속 서 있다 보면 숨이 막히는데 그나마 에어컨이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인 이씨는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면서 주말에만 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더위와 매연에 노출된 근무환경이지만 당일 알바로는 이만한 게 없다고 했다. 원하는 스케줄로 바로 신청할 수 있고 일당도 당일 지급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당장 돈이 급한 사람이 단기 형태로 알바하기엔 딱이다. 선착순 신청이라 경쟁도 치열하다”면서 “주차 알바 단톡방에만 주차 요원 80명, 발렛 파킹은 40명 정도가 들어와 있다. 보통 일일 알바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차량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김한나 기자

영등포 인근 모 백화점에서 발렛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김 모씨(남·25)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급하게 용돈이 필요해 주차 알바를 시작했지만 무더위를 견뎌내기엔 역부족이다. 주차장 내부는 환기가 되지 않아 고온다습한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더위보다 힘든 건 종종 발생하는 손님들의 갑질 행위다.

김씨는 “발렛 알바를 하면서 느끼는 건 배려가 부족한 VIP 손님들이 많다. 방어막을 치고 들어오거나 규율을 정해놔도 지키지 않는다. 차에서 내려서 (방어막을) 마음대로 치우기도 한다”면서 “주차할 자리가 없으면 화를 내거나 주차 요원 탓으로 돌린다. 역주행 하는 고객도 많고 상상을 초월한다”고 토로했다. 

한 자리에서 수신호를 하던 김씨는 곧 자리를 옮겨 주차공간을 확인하고 밀려드는 VIP 차량을 빈 곳으로 인도했다. 쇼핑몰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나 민원 응대는 기본이다. 고객이 산 짐을 차량까지 들어주는 것도 서비스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주차용역업체 측은 예전보다 근무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 백화점 주차용역업체 관계자는 “근무를 하다 보면 알바생들이 이런 저런 애로사항을 많이 겪는데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라며 “고충이나 불편 사항을 사측에 건의하기도 하고, 벤치마킹도 다닌다. 근무 환경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대형 쇼핑몰로도 인파가 몰리고 있다. 19일 강남의 한 대형 쇼핑몰은 평일 오전인데도 지하 주차장에 빈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전 11시 반이 넘자 주차장 내부는 차량들로 가득 찼다. 차량이 많아질수록 주차장 내부 온도는 치솟는다. 

지하 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정 모씨(남·27)는 “차가 많아지면 엄청 덥기도 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져 짜증을 내는 손님이 많다. 차가 빠져야 들어갈 수 있는 건데 그걸 보면서 답답하다”면서 “매연 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 스트레스가 크다”고 전했다.

실제 알바생 10명 중 약 3명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당대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알바생 1717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중 부당대우 경험’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3.4%가 ‘부당대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업직종 별로는 백화점·마트에서 부당대우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45.0%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객상담·텔레마케터알바(43.7%) △주차·운전·배달알바(38.6%) △생산직 공장알바(36.1%) 순이었다.

알바생들이 겪었던 부당대우(복수응답)로는 △임금체불(42.6%) △휴게시간 및 출퇴근 시간 무시(33.2%) △수당 없는 연장근무 등 과잉근무(27.9%)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24.6%) △반말 등의 인격모독(25.0%) △부당해고(15.0%) 등이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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