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안 돼” vs “자랑스럽다” 경찰 ‘선배’의 엇갈린 당부 

“집단행동 안 돼” vs “자랑스럽다” 경찰 ‘선배’의 엇갈린 당부 

기사승인 2022-07-24 10:29:28
23일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가 열리는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경찰관들이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관련 경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 등 행동에 나선 ‘후배’를 향한 경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당부가 엇갈리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SNS에 “후배 경찰관들에게 호소합니다. 어떤 경우든 집단행동은 안 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의원은 “경찰은 군과 함께 무력을 수반하고 검찰과 같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며 “경찰 조직이 법체계를 무시하고 집단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경찰국 신설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그는 “경찰에도 정부 조직의 구성과 운영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며 “과거 정부에서 법대로 하지 않고 청와대가 행사해 온 인사권의 정상화에 반대하며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말하는 것은 정부 운영 원리는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경기 안산경찰서장과 서울지방경찰청 경무부장, 충북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총괄보좌역에 임명됐다. 

23일 오후 2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 최규식 홀 앞에 응원 화환들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당부는 달랐다.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직을 걸고 중립성 훼손을 막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역사적 반동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경찰청장 후보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후배 총경들에게는 응원을 전했다. 황 의원은 “그대들은 옳다. 당당한 그대들이 자랑스럽다”며 “경찰국 설치는 누가 뭐라고 합리화하든 실질은 명백한 경찰장악 기도이고, 과거 회귀이고, 중립성 훼손이다. 부당한 탄압에 물러서지 말라”고 했다. 

경찰청 차장을 지낸 같은 당 임호선 의원은 경찰 지휘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임 의원은 “경찰지휘부는 (총경들과) 함께하지는 못할망정 엄정조치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다”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에게) 징계를 포함한 불이익을 준다면 경찰 역사가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여당에서도 경찰국 신설에 반발, 후배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류삼영 총경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며 “무조건 굴종하라는 무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 직권남용이다. 부당 인사조치의 배후를 확인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15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그러나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경찰들의 반발도 컸다. 사상 최초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경찰서장급 총경 50여명이 현장에 직접 참석했으며 140여명도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전국의 총경 650여명 중 3분의 1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긴 논의 끝에 경찰국 관련해 법령 제정 절차를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참석자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는 회의 참석자에 대한 엄정 조치를 예고했다.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게는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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