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용 김해시장과 두 부류(알곡과 쭉정이)의 공직자들 [칼럼]

홍태용 김해시장과 두 부류(알곡과 쭉정이)의 공직자들 [칼럼]

행정의 신뢰와 김해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조직 내 '알곡'과 '쭉정이' 가려내야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하게 일하는 '신독(愼獨)' 공직자들 대거 발탁해야 

기사승인 2022-10-05 17:52:42

홍태용 시장이 '의사'의 잣대로 일명 '쭉정이' 공직자들을 가려내려고 한다. 공조직이나 사조직이나 어느 조직이든 '알곡'을 포장한 '쭉정이'들이 암약한다. 

문제는 벼 논에 잡초가 무성하면 벼가 '알곡'을 맺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알곡'보다 '쭉정이'가 많으면 그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 흠집 난 과일은 상품성이 좋을 리가 만무하다.

홍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신경과 전문의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그는 시장 취임 100여일간 공조직 내부를 꼼꼼하게 살피고 진단했다. 그만의 '현미경' 잣대로 들여다 본 결과 조직 내 두 부류의 공직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한 부류는 공직자 본연의 모습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실력파 부류들이다. 또 다른 부류는 시장이 업무를 잘 모를 것으로 판단해 대충 말만 늘어놓는 '언어유희'를 남발하는 무늬만 공무원인 부류다. 이런 그의 진단이 사실이라면 '쭉정이'들이 터를 선점하기 전에 수술 칼을 들이대야 한다. 

지휘관이나 상사를 속이려는 조직원은 벼 논의 잡초와 다를 바 없다. 공직자는 벼의 '알곡'처럼 남이 보지 곳에서도 묵묵히 맡은바 일을 열심히 하는 이른바 '신독'파들이 진정한 공무원이다. '신독'을 실천하는 조직원이 많을수록 건전한 조직이다. 

시장 취임 100일에 즈음해 그가 공조직 내 '알곡'과 '쭉정이'들을 구분하게 됐다는 것은 한편으로 불행이자 다행이다. 홍 시장이 경험적으로 터득한 두 부류의 공직자 구분법에는 나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실력'은 스스로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부족한 실력을 '거짓'이나 '꾸밈말'로는 대신할 수 없다. 흙탕물이 바닥을 드러내는 데는 3일이면 충분하다.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내면에 감췄던 속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나는 '공직예찬론자' 편에 속한다. 그래서 공직 내 '알곡'을 포장한 '쭉정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공직자는 개인비리가 없으면 신분을 보장받는 직업이다. 설령 업무파악이 덜 됐다면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추후에 보고하겠다며 진실을 말하면 그만이다. 

가난이 죄가 아니듯 실력이 모자라는 것은 죄가 아니다. 누구든 노력해서 부족한 면을 보완하면 된다. 모자라는 실력을 보충하기보다는 부족한 실력을 애써 숨기려고 윗사람을 속이려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 홍 시장은 이런 유형의 부류들을 예사로 보지 않은 모양이다. 

시민의  행복을 담보한 '리더'가 참과 거짓된 조직원을 가려내는 건 당연하다. 현실은 눈먼 소처럼 공직자가 먼 산만 쳐다보는 한가로운 시대는 지났다. 시군마다 정부 예산 따내기 경쟁이 치열하다. 배정된 예산이 늘 부족하다 보니 지자체마다 더 많은 공모사업과 국비를 더 많이 확보하는데 사활을 건다.

이런 공직세태에 대처려면 공직자들이 미래를 예측해 맞춤형 지역사업을 발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훈련이 제대로 안 된 병사들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홍 시장은 '알곡과 쭉정이'로 구분한 그만의 '비밀카드'를 올 연말 전후해 단행할 인사에서 요긴하게 쓸 요량이다.

본래 요란한 사람보다 조용한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우매한 자는 어느 구름 속에 비가 숨었는지 알리가 만무하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 내 '쭉정이'들이 득실거리면 '알곡'들이 동력을 잃게 된다.  

홍 시장이 '신독'파 공직자들을  대거 발탁해 주변에 둬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근거한다. 뿌리가 튼튼하면 좋은 열매를 맺는 건 자연의 이치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성공의 비결도 보이지 않는 땅속뿌리(근본)를 튼튼하게 하는 데 있다.  

홍 시장이 다가올 인사에서 '김해의 과거'를 답습할 것인지 아니면 '김해의 미래'를 위해 '김해의 현재'를 어떻게 처방하고 재단할지 궁금하다. 그가 훗날 성공한 시장이 되려면 우선으로 조직의 근간(뿌리)을 갉아먹는 '독버섯'부터 잡는 길이다.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이나 그 부류들을 척결하려 하지 않는 '지휘관'을 편들어 줄 시민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반대는 '우군'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김해=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
박석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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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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