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직장상사로부터 낮에는 직장에서 괴롭힘, 밤이면 전화로 성희롱을 당했다. 끝내 해고된 A씨는 자신이 당한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성희롱 사실만 인정되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처리 대상이 되지 못했다. A씨의 직장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2·3)’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기 때문이다.
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신고 총 2만424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갑질·괴롭힘 신고 2만424건 가운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0.7%인 133건에 그쳤다. 회사에 공문을 보내는 ‘개선지도’도 12.8%인 2624건 뿐이었다. 84%인 1만7150건은 신고자가 신고를 취하하거나 반려됐다. ‘신고 취하’가 7924건으로 38.8%였고 ‘기타(반려)’가 9226건으로 45.2%에 달했다.
노동부가 ‘기타’로 분류한 반려사건 9226건 가운데 59.6%인 5498건은 ‘법 위반 없음’이었다. 나머지3728건(40.4%)은 업체 폐업 등으로 인한 ‘조사 불능’, 이송·접수 후 사업장 ‘사전지도 누락’,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 에 따른 ‘법 적용 제외’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즉 노동청에 신고되는 직장갑질·괴롭힘 신고 10건 중 8건 이상이 취하·반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법 위반 없음’을 제외한 나머지 반려사건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이나 간접고용 노동자 등 ‘법 적용 제외’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업체 폐업이나 사전지도 누락 등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전체 노동자 2064만7000명 중 5인 미만 업체 소속 노동자는 17.8%인 368만4000여명이다. 2019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수행한 실태조사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5000여명으로 추산됐다.
‘법 적용 제외’에 해당하는 이들은 갑질·괴롭힘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2일~8일 전국 성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46.5%로 전체 고용규모별 응답 중 가장 높았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350만 이상의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도 제도적으로 구제받을 길이 없는 참담하고 반인권적인 상황”이라며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 ‘제3자’를 넣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