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업계가 가상 인플루언서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체적으로 가상 인플루언서를 만들어 제품 홍보에 사용하는가 하면, 기존에 존재하는 가상 인플루언서에게 러브콜을 보내 마케팅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오히려 ‘아름답고 변함없는’ 획일적 기준을 대중에게 제시하거나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다양성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2조4000억원을 기록했던 세계 가상인간 시장규모는 2025년에는 14조원 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가상인간 마케팅이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돼 2019년 9조원에서 올해는 17조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최초의 가상인간은 1998년 사이버 가수로 활동했던 ‘아담’이다. 아담은 앨범을 내고 LG생활건강의 레모니아 광고에도 출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내 다양한 유통 기업들이 가상 모델을 자사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오고 있다.
무신사는 광고모델 유아인과 닮은 가상인간 ‘무아인’을 브랜드 뮤즈로 발탁했다. 무신사는 무아인을 활용해 유아인을 모든 연령대 모습으로 변신시켜 키즈부터 시니어 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사로잡는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왁도 앰배서더인 ‘와키즈’ 멤버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수아’를 선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에서 헤라를 광고했고, 나스도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솔을 통해 신상품 론칭쇼를 진행했다.
롯데칠성음료도 가상인간 ‘류이드’를 칠성사이다 제로의 전속 브랜드 모델로 선정하고 지난 6월 14일 가수 싸이와 함께 칠성사이다 제로 광고를 공개했다. 류이드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기업 에스팀과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공동으로 영하는 패션모델이다.
버츄얼 인플루언서라고 3D 캐릭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자사 가상 인플루언서 '지지'(G.G.)의 공식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지지는 아모레퍼시픽의 2D 가상 인플루언서로 1986년 출시된 브랜드 '지지'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공개한 뮤직비디오에서는 광고 촬영장에서 갑자기 사라진 모델 지지가 다양한 시공간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플루언서는 제작보다 광고 촬영 등에 있어 실제 모델보다 제작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적어도 계약 기간 동안에는 각종 구설수 등 리스크 관리에 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다”며 “특히 Z세대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만큼 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이같은 마케팅을 해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상 인플루언서가 오히려 획일적인 모습을 대중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플루언서의 활용이 단순히 그간 정해진 광고 모델의 틀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보다 다양한 인물을 매체에 노출시켜 다양성을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롤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인종, 성별, 연령대의 인물을 통해 다양한 소비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