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약속을 110대 국정 과제로 선언했다. 전반적인 방향은 빈틈없는 재정관리를 통해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국민과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증-희귀질환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들의 환호와 기대감은 매우 크다.
<국정과제 #66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주요 내용으로 ‘건보재정 정부 지원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 즉, 건보재정에 대한 정부의 국고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이다.
기획재정부 미지급 약 30조원 vs 국민 보험료 징수율 99%
하지만, 현재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국고지원 관련 법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국가책임을 회피하는 기조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어, 새로운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걱정이 앞서는 현실이다. 기재부는 지금까지의 책임 불이행으로 국민건강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을 야기해 온 측면이 있다. 현재까지 의약분업 파동을 제외하면, 기재부는 국민보험 통합 이래 단 한 차례도 법률에 따른 국고지원금을 지키지 않았고, 건보에 미지급한 국고지원액이 지금까지 약 30여 조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국민들은 건강보험료에 대한 책임을 강제하면서, 정부 책임은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평균 지원율이 각각 16.4%, 15.3%, 14%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반면, 직장인 가입자의 건강보험요율은 매년 올라 내년에는 최초로 7%를 넘었다. 국민부담분 역시 보험료 부과 대비 보험료 징수율이 99%를 상회하고 있다. 재원조달에 있어 국민에게는 기여책임을 강제하고 정부부담은 축소‧회피한다는 비판이 지속되는 이유이다.
국고지원 법개정안 8건 발의 vs. 기재부는 난색
다만, 이번에는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철학에 대한 기대가 있다. 특히, 정부지원이 올해 2022년까지 일몰규정으로 법제화되어 있어 법개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고 지원 일몰 규정을 삭제하고 지원 규모를 지금보다 늘리는 내용을 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8건이 발의되어 한창 논의 중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4건이 새롭게 발의되는 등 열기가 뜨겁다.
주요 골자는 국민건강보험법 108조 개정을 통해 정부(기재부) 지원의 책임과 규모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는 내용이다. 즉, 지원 규모의 불명확한 규정인 ‘상당하는’이란 문구를 ‘해당하는’으로 변경하고, 과소추계 문제를 야기하는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도 ‘전전년도 결산상 보험료 수입 결정액’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또한 부칙인 한시지원(일몰) 규정도 폐지하여 5년마다 기재부와의 소모적인 신경전을 없애자는 개정안이 다수이다.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재부가 국가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어, 국가책임이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될지는 예측불가다.
국민 70% 국고지원 준수‧확대 의견, 새정부 강력한 리더십 발휘 필요
올해 2월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은 건강보험재정의 국가 책임의 국고지원이 ‘확대’되어야 하고, 국고지원은 규정된 수준이거나 그 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70%를 상회하고 있다. 건강보험 정부지원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건보 재정이 튼튼해져야 수술 등 필수 의료서비스와 취약계층 지원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재부의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건보재정 국고지원율도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와 동일한 14.4%로 예산이 책정됐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확보는 국민건강에 가장 중요하다. 국고지원 법률 준수를 통해 국가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기재부가 법적 기준(현 20%)으로 국고지원을 하도록 대통령을 비롯한 리더십이 강력하게 요구된다”며 새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마무리될 법개정의 결과와 함께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비전을 충실히 이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