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정치영역에서도 ESG를 통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전략실장을 역임하고 있는 조성해 모 기업 최고ESG책임자(CESGO)는 청년 정치 활동과 기업ESG경영을 동시에 하고 있다.
그가 당 밖에서 정치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정치권에도 다양한 시각과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밖을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들과 여러 분야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치에도 ‘ESG’라는 기준이 들어서야 정치인들이 국민권력을 두려워하고 책임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패를 가르는 의석수만이 아니라, 정치권력이 올바르게 행사되었는지, 국민과 사회에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쿠키뉴스는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조성해 이사를 만나 ‘정치ESG’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문재인 전 대통령 캠프 활동을 거쳐 국회에서 선임비서관을 하면서 정치권에 계속 머물렀다. 현재는 기업에서 최고ESG책임자(CESGO)를 맡고 있는데 당내에서 계속 활동을 하지 않게 된 이유는
▶수 년 동안 선거캠프, 정당 활동 등을 하면서 정치에도 다양한 시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책 개발, 공략 개발 등에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금 메타버스라는 신산업 분야의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치에 녹이려고 한다. 기업임원으로서 활동과 동시에 청년정치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청년정치는 당내 기구가 아니다. 신산업 분야는 앞으로 청년들이 영리해가야 하고 계속 접할 분야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분야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청년정치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지금의 활동이 기반이 될 것이다.
-정치에도 ESG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의미이고 왜 필요한가
▶ESG라고 하면 환경,사회,거버넌스로 정의한다. ESG는 단순 트렌드가 아니라 인류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철학이자 사상이고 이념이다. 기업들은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공공에서 냉혹한 질타를 받는다. 때문에 기업의 가치평가에 있어서 수익뿐만 아니라,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였는가가 중요해졌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얼마나 수익을 내는가가 목적이라면 정치에서는 얼마나 의석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큰 관심사는 의석수이다. 이는 여의도 정치에서 가장 큰 미덕이고 존재 이유가 됐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커지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정량적 숫자만이 민심의 평가라고 생각한다.그래서 국민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쟁을 한다. 국민과 사회를 향해 오염을 배출하는 것과 같다. 국민에 대한 책임은 뒤로한 채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제 정치에서도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ESG 문화를 이끈 건 소비자였다. 한때는 수익만을 추구하던 기업이 이제는 사회와 소비자에 책임을 다하는 게 필수화되었다. 국민들이 정치에 ESG 잣대를 들이대야 국민의 권력을 두려워하고 사회와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게 된다. 승패를 가르는 의석수만이 아니라, 정치권력이 올바르게 행사되었는지, 국민과 사회에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과 사회를 위해 지속가능한 권력을 추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ESG를 재정의 해본다면, E는 국민 환경에 대한 책임, S는 정치의 사회적 책임, G는 권력구조에 대한 책임이 될 것이다. 정치ESG를 통해 국민이 행동해야 한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에서 활동하면 청년당원들을 많이 만나고 소통할 기회가 많을 것 같다. 청년당원들이 현재 당에 가장 원하는 건 무엇인가
▶일상적 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정치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과 성장 구조가 필요한데 현재 당은 청년을 필요할 때마다 수급하고 있는 것 같다. 미래 인재들을 육성하고 발굴해서 키워나가는 게 민주당이 지속해야 할 과제인데 당 구조가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소수의 일부 간택 받은 청년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다.
취업하지 않고 전문 정치인으로 뛰어드는 청년당원들이 많은데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정치활동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취업을 해버리면 또 정치활동에 제약이 걸리니 기회를 잡기 어렵다. 청년 진출을 위해 당이 수용성과 개방성을 가지고 구조 개편부터 해 나가야 되지 않겠나.
-일각에서는 청년 정치인들이 한 자리 맡게 되면 기성 정치인들의 눈치를 본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한계가 있다는 건 분명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청년이슈 등에 강력히 대변하고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소수의 청년정치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 지금까지 많은 청년들이 기존 체계를 존중하고 기성정치의 부름에 응답하고 따라왔다. 결과적으로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정치 조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미래세대 고민과 청년이슈의 주도권을 잃고 대변하기 어렵게 됐다. 청년정치인들이 이제는 머릿수나 힘으로 부딪치는 투쟁이 아니라 정치개혁에 과감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기루고 아젠다를 발굴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선택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그림이 나와야지 않을까
-청년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덕션과 같아야 한다. 기성정치의 일부가 되어있는 청년정치인들이 앞으로는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두 할 필요가 있다. 청년정치인 세력을 중심으로 정치 세계관을 구축하고 우리만의 고유성을 찾아야 된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필요하다.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청년으로 봐야할 것인가, 이 부분이 굉장히 모호하다. 나이로 획일화해서 정의할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어떤 주체를 대변할 것인 개념정의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개념정리가 안되니 거대담론을 못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정치’란
▶정치는 일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장 시절 N포세대에 대한 이슈가 컸다. 그때 ‘폴포츠’라는 영국의 성악가이자 가수는 그 당시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제가 직접 4개월 동안 폴포츠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에 와서 청년들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니 흔쾌히 한국으로 와 공연과 강의를 무료로 해주었다. 공연을 마치고 한 학생이 저에게 편지를 줬는데, 그때 문구가 '내 일상에 이렇게 따뜻하게 다가온 학생회는 처음이었다'고 적혀있었다. 그 분은 긴 취준생의 시간을 보내며 매일 낙담하고 좌절했다고 하는데 누군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한 번의 이벤트로 모든 삶이 나아지지는 않지만 정치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일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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