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기값 헉!’ 다시 대출받는 소상공인들..보증 심사만 3주

소상공인들 고물가에 대출 신청 증가
일부 신용보증재단 심사 3주까지 지연
11~12월 지연 물량도 심사 지연 영향
소상공인들 정부에 에너지 대책 촉구

기사승인 2023-02-22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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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전기값 헉!’ 다시 대출받는 소상공인들..보증 심사만 3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임형택 기자

코로나19 위기를 넘긴 소상공인들의 대출 신청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가스‧전기값 등 물가가 폭등하면서 경영이 재차 어려워진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신청이 몰리면서 대출받기 위한 보증서 심사에만 3주 넘게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푸념도 제기된다.

22일 은행권과 신용보증재단 등에 따르면 최근 소상공인들의 대출 신청이 몰리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출 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은행에 소상공인 특례보증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 후 A씨는 은행 직원에게 대출이 실행되기까지 최소 3주쯤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최근 소상공인들의 보증서담보 대출 신청이 늘면서 보증기관과 은행에 모두 과부하가 걸려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요즘 보증서 대출 신청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해 주기 위해서는 보증재단에서 보증서가 넘어와야 하는데 재단 쪽에서 보증서가 넘어오지 않고 있다”며 “재단 쪽 지점마다 직원이 2~3명에 뿐이라 야근에도 심사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보증재단 측에서는 최근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점에 따라 보증심사에 3주 이상 걸리는 곳이 등장한 것으로 설명한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보증 수요가 일정하면 인력 확대 등을 통해 보증 심사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데 보증 수요가 일정하지 않다”며 “최근 보증 수요가 급증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들의 대출 신청 증가는 최근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가스‧전기값이 폭등하면서 고물가 충격이 현실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소상공인들이 난방비 폭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가스‧전기값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소공연이 지난달 실시한 긴급 난방비 실태조사 결과 난방비가 30% 이상 상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1.6%에 달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덕현 대표는 “평소 30만~35만원 나오던 가스요금이 지난달 두 배가 넘는 75만원이 나왔다”며 “가스와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손님이 줄어들 위험 부담을 안고 가격을 올리거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업원을 줄이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빚으로 버텨온 소상공인들은 코로나대출 이자 부담에 고물가 충격에 따른 운영자금 고갈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에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 소상공인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전통시장 정책자금’이 전날 접수 13분 만에 모두 소진된 점도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

여기에 지난해 11~12월 일부 정책자금이 모두 소진되면서 수요가 최근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11~12월 일부 자금의 재원이 모두 소진되면서 상담만 받고 대출받지 못 한 분들이 최근 대출을 신청하면서 보증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가격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매출감소는 결국 경제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이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