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더 못 짓겠다"…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 해법 없나

강원도 고령 농업인구 비율 48.5% 역대 최고
일손 부족에 작목 바꾸거나 농업 포기하기도

입력 2023-05-19 16: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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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고령화로 농사를 포기한 농가의 비닐하우스에 방치되어 있다.
'더 이상 농사 못 짓겠다'는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농촌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농촌 사회를 지탱하던 마을 공동체가 붕괴 직전에 놓여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강원도 농가인구는 2022년 기준 14만4433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48.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하나같이 농촌인구 고령화로 일손 자체가 없고, 도시에 있는 유휴 노동력을 농촌으로 끌어오기도 쉽지 않아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화천군의 경우 농업인구는 2022년 기준 4600여명으로 이중 48%가 65세 이상인 가운데 매년 평균 1.3%포인트씩 가속되고 있어 2~3년안에 과반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사정이 이렇자 일손이 덜 들어가는 작목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 화천군 사내면 비닐하우스에 토마토 육모가 식재돼 있다.
화천군에 따르면 토마토 주산지인 사내면의 재배면적은 지난해 10.8ha로 전년 28ha보다 61.5%(-17.2㏊) 감소했다. 2018년 32.3㏊ 이후 5년 연속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재배농가도 매년 줄어줄고 있어 5년전 93농가에서 지난해 61농가로 40%로 감소했다.

실제로 이곳 마을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A모씨(66)는 지난해 9900m²(3000평)이던 재배면적을 올해 1980m²(600평)로 줄이고 사과나무로 식재했다.
토마토를 재배하던 농지에 사과나무가 식재돼 있다.
내년에는 1650m²(500평)으로 줄일 계획이다.A씨는 "일손부족도 문제지만, 농산물 빼고는 모든 가격이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면서 "농사도 우리세대가 지나면 사라질 형편"이라고 말했다.

3년전 남편의 지병으로 토마토 농사를 포기한 B모씨(67.여)는 "사람구경이 힘든 상황에서 일손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그동안 농사짓느라 받은 대출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어러움을 토로했다.

화천군은 고령자 등 취약 농업인들의 영농 대행에 나서는 부족한 농촌일손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군은 지난 3일 하남면 논미리 지역에서 영농 대행을 신청한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의 논에서 올해 첫 모이앙 영농 대행 작업을 진행했다.
토마토를 재배하던 농지에 대추나무가 식재돼 있다.
이달부터는 군청 모든 공무원들을 영농 현장에 투입해 고령 농가, 독거 농가, 장애인 농가 등 수작업이 필요한 농가를 우선 지원농가로 선정해 일손돕기에 나섰다.

아울러 주둔 군부대, 지역 기관사회단체와도 연계해 필요한 농업인력이 제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농사일이 부담스러우신 경우가 많다"며 "취약농가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영농대행 서비스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한윤식 기자 nssys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