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상이라고? 지하라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도봉 구간의 건설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2020년 시설사업기본계획으로 인한 민간사업자의 도봉 구간 지상 건설 제안을 국토교통부가 수용하면서다. 원안에서는 해당 구간에 지하 전용 철로가 신설돼야 했지만 설계가 변경된 것이다.
도봉구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정치권에서 이를 두고 지상인지, 지하인지 논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이러한 구민들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주민과 소통하는 행정 전문가로서 앞으로 쭉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는 오 구청장의 눈빛은 빛났다. 24일 서울 도봉구청 구청장실에서 만난 오 구청장은 취임 1년을 돌아보고 열정적으로 GTX-C 노선의 지하화 결정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오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1년을 돌아본다면
▶굉장히 바쁘게 지냈다. 취임한 후 14개동 주민과 소통하며 그 당시 현장 민원을 94건 정도 접수해 97%를 처리했다. ‘클린도봉, 현장 속으로’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14개동 주민센터의 ‘일일동장’이 돼 아침 청소부터 현장 민원 등을 처리하기도 했다. 또 전 정부에서 GTX-C 노선과 관련해 ‘지상화’가 결정된 상태에서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원안대로 지하화하는 큰 성과도 거뒀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현장형 구청장’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지금은 제가 서울시에서 가장 젊은 구청장이 됐다. 이에 맞춰 주민과 변화에 빨리 적응해 ‘주민과 소통하는 전문 행정가’로서 앞으로 계속 쭉 업무를 이어갈 것이다.
-GTX-C 노선 도봉구간 지하화, 어떻게 이뤄냈는지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시장을 수차례 만나 ‘도봉 구간 지하화’가 원안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했다. 2020년에 도봉 구간이 지하화 구간에서 제외되며 지상화 설계 가능성이 높았다. 도로와 철도 사업은 주민에게 최대 관심사여서 ‘지상화’가 논란이 됐다. 왜 지상화 논란이 일어났는지 당 차원에서 원인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구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원안대로’를 수차례 요청하면서 그동안 감사원 공익감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조사 등을 거쳐 지난 10일 최종 지하화가 확정 발표됐다. 그간 마음 고생하신 도봉구민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쁘다. 현 정부에서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 그래서 앞으로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혹자는 이를 정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책은 구민을 위한 것이다. ‘논란’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앞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결정을 ‘31만 구민의 산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구민의 높은 시민의식 덕분에 지하화가 원안대로 결정됐다.
-도봉구의 전체인구 감소하고 있는데, 대처 방안은
▶인구감소는 도봉구뿐 아니라 서울시 전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인구 자연증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층의 유입이 매우 중요해 청년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와 청년주택, 청년 문화 확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기업정책을 확대해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구는 전국 양말 생산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양말산업의 메카’다. 올해 하반기, 자치구 최초로 미국 LA한인 축제와 연계한 해외시장 판로 개척단을 파견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고도지구가 완화되면 현재 묶여있는 약 3만3000여 세대의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해 젊은 층의 인구 유입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게 연계적으로 하나하나 이뤄지면 인구 유입이 자동으로 늘어날 것이다.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 방안은
▶제가 민선 8기에 들어와서 재건축·재개발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도봉구는 생활 가능 면적의 11%가 고도지구 규제를 받아 25개 자치구 중 노후주택 비율이 2번째로 높다. 이를 완화할 수 있게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여러 차례 전했다. 현재 도정법은 국회에서도 상임위를 넘어 법사위 통과만 남기고 있는 상태다. 현재 추진 중인 도봉구 정비사업은 도심공공복합사업, 모아타운,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등이다. 저희 구에서 안전진단통과를 한 아파트가 여러 군데 있다. 재건축·재개발이 확정된 곳도 15군데가 있다. 사업이 원만하게 잘 이뤄지고 있어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확신한다. 게다가 분기별로 찾아가는 정비학교, 주민학교, 설명회, 상담소 같은 것을 개최해 계속 행정을 활성화하고 있다.
-‘청년’ 나이 기준 늘린 이유는
▶도봉구의 청년 비율이 매우 낮다. 게다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해, 또 더 많은 청년에게 혜택을 주고자 추진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도봉구 전체인구의 평균연령이 47세인데 초고령화된 우리 구 상황에 맞게 청년의 연령 기준을 39세에서 45세로 높였다. 우리 구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청년 해외 인턴십을 추진하고 있고 공공기관과 기업의 실무형인턴십은 이미 인원을 채용해 업무에 배치됐는데 소규모 기업대표들이 ‘인건비 부담을 덜어서’ 좋다고 평가했다. 청년들도 실무를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반응이 좋았다. 이외에도 현직자 멘토링, 취업컨설팅 등을 하는 취업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체계적으로 도봉구 청년의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 시대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이런 것들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있다. ‘아버지와 자녀가 같이 청년 세대다’라는 문제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반론은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타 자치구에서는 저희 도봉구의 정책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도봉구만의 장점은
▶공기가 다르다. 우리의 자연녹지는 50%가 넘고 중랑천도 있다. 마라톤 선수들이 연습하는 코스가 있는 ‘청정힐링도시’다. 게다가 경기로 바로 이어지기도 하고 중부·호남·영동·경북 어디든 다 갈 수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도 공항버스로 1시간이 안 걸리는데, 이런 교통접근성이 장점이다. 강력 5대 범죄 발생률도 서울 내에서 최하위, 화재·교통사고 등도 서울 내 최하위권인 ‘안전도시’라고도 할 수 있다. 문화인프라도 어마어마하다. 연산군묘, 정의공주묘 등이 다 여기 있다. 현재 문화 관광도시로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도봉의 이미지에 맞는 수제 맥주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와 이어지는 도봉산 2.0 둘레길도 조성 중이다. 우리 도봉구만 운영하고 있는 ‘도봉치유학교’라는 게 있다. 사회와 단절된 분들을 권역별로 발굴해 통합관리 선생님과 직원들이 1:1로 이분들이 일상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반응이 어마어마하다. 타 자치구와 완전한 차별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사회와 단절되셨던 79세이신 어르신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나중에는 경로당도, 복지관도 직접 가시면서 사회에 적응하셨다. ‘통합사례관리사’들이 이분들을 발굴해 (담당자와) 매칭하는 것인데, 이 덕분에 우리 구에서 ‘고독사’가 아직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된다. ‘모세혈관 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도봉구다. 모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촘촘히 복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오언석에게 ‘정치’란
▶구청장은 ‘정치’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치인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근원적인’ 일 1~2개는 꼭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순리에 따라야 한다. ‘상선여수(上善如水·물처럼 자신을 흐름에 맡겨라)’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이게 정치라고 느낀다. 물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바위를 피해 가면서 먼저 가려고 싸우지도 않는다.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바다를 만나는데, 바다도 어디서 오는 물이든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대양을 이룬다. 순리에 따르면서 겸손, 포용, 화합의 가치를 끌어내야 한다. 이걸 행정에 접목해 일하고 있다. 제가 구청장이라고 해서 직원에게 경솔하게 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 행정을 하면서 참 좋은 자세라고 느낀다. 정치도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느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