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부는 초고층 바람…기대와 우려 공존

전국에 부는 초고층 바람…기대와 우려 공존

전국적으로 초고층 아파트 인기 얻어
지역 랜드마크로 가격 프리미엄 형성
안전, 건강, 환경 문제는 여전히 숙제

기사승인 2023-06-22 06:00:1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국에 초고층 길이 열리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는 도심 속 스카이라인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초고층 건축에 대한 안전과 건강 그리고 환경 문제는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35층 룰 규제 해제에 초고층 아파트 개발 기대감↑

건축법에 따르면 초고층 아파트는 층수가 50층 이상이고 높이가 200m 이상인 건물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35층 룰’이라고 불린 주거용 건축물 35층 높이 규제를 폐지했다. 

이어 지난 1월 서울시는 ‘여의도 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을 공개하며 재건축 시 최고 70층, 최대 용적률을 800%까지 허용했다. 여의도 주거시설이 최고 70층에 200m 높이까지 올릴 수 있어 초고층 스카이라인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초고층 바람은 지방까지 불고 있다. 그동안 초고층 아파트는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이외의 지역에서도 초고층 건축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 30층 이상 고층 건축 허가 면적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지방의 30층 이상 고층 건축 허가 면적은 1313만7000㎡로 98.5% 늘었다. 전체 고층 건물 허가 면적의 78.9%가 지방에 몰렸다. 

광주광역시도 초고층 아파트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지난 2월 건축물 층수 제한을 폐지하는 정책을 예고했다. 그동안 상업시설은 40층, 주거지역은 30층으로 제한했지만 이번 정책을 통해 시는 다채로운 스카이라인 조성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광주에 이어 전주에서도 마천루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양은 오는 7월 전주 에코시티에 48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주 에코시티 한양수자인 디에스틴’ 는 전주 내에서 최고층 건축물로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기대감이 크다.

초고층 아파트는 상징성을 가진다. 랜드마크 단지가 되면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낮은 건폐율로 동간 거리도 넉넉한 것도 장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방의 초고층 아파트는 주변의 녹지와 수변 조망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마천루 개발 우려도 ‘공존’…안전성·건강 침해 가능성도 

초고층 아파트에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안전문제이다. 최소 높이가 200m 이상인 초고층 아파트는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진화가 어렵다. 고층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사용하는 고가 사다리차의 최대 길이는 70m급으로 40층 정도만 진화가 가능하다. 더구나 이 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 뿐이다. 소방당국이 보유한 고가 사다리차는 서울·경기·인천에 2대씩, 부산·대전·세종 등에 1대씩 보유한 것이 전부다.

초고층 건물은 건물 특성 상 외부 소방력에 의한 소화가 불가능하기에 기본 소방시설 외에 피난 안전 구역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초고층 건물은 긴 수직 피난거리 탓에 노약자나 장애인 등 약자의 대피가 어렵다. 

건강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은 신축 아파트일수록, 고층 아파트일수록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2018년 환경부의 ‘공동주택 라돈농도 분포조사로 인한 영양인자 도출 및 저감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라돈농도가 높게 측정됐다고 밝혔다. 

성인질환과 정신질환에 대한 가능성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08년 KBS 환경스페셜은 <초고층 아파트, 대안인가 재앙인가>를 통해 고층 아파트의 거주자들이 당뇨병, 뇌졸중 등의 성인병과 폐쇄적인 생활로 인한 우울증, 자폐증 등의 유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경적인 우려도 크다. 초고층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교수는 KBS 환경스페셜에서 “초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의 경우 일반 가구에 비해서 5배 이상 전기를 쓰고 있다”며 “일반 가구가 일 년 쓸 전기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석 달 안에 다 써버린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더 높은 곳에서 조망을 확보하고, 외관을 위해 탑모양(탑상형)의 통유리로 만든 초고층 아파트는 창문을 열 수 없기 때문에 공기청정기, 냉‧온방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결국 일반 아파트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외에도 일조권과 조망권 등 굵직한 현안도 남아있다. 초고층 아파트만 수혜를 보지 않고 지역 균형 발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 주택의 일조권 피해가 발생하고, 고층 건물로 인해 조망권을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해운대 마린시티 내 공터 부지에 토지 소유주인 민간 사업자가 64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올리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지역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 그리고 교육환경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공터 부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인근 초등학교는 동서남북이 초고층 건물로 가로막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민간사업자가 지구단위 계획 용도 변경 신청을 자진철회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같은 초고층 아파트끼리도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의 갤러리아포레는 지상 45층의 초고층 아파트임에도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들어오자 한강 조망이 막혀 공시가격을 조정당하기도 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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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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