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세대별로 특화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며 더욱 똑똑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침체됐던 메타버스 시장에 활기를 불러올 수 있을까.
LG유플러스는 25일 어린이 특화 메타버스 ‘키즈토피아’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영문 버전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과 말레이시아에 우선 진출하고 연내에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남미, 유럽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키즈토피아는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어린이 특화 메타버스 서비스다. LG유플러스가 추진 중인 웹 3.0의 핵심 플랫폼이다. 가상 세계에서 친구들과 탐험하며 배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부터 동물·공룡 관련 백과사전 기반 지식 등을 모두 영어로 학습할 수 있다.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기술에 대화형 AI가 융합됐다.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AI 캐릭터와 대화하며 모르는 내용을 물어볼 수 있다. 미국의 AI 전문기업 인월드 AI와 협업한 결과다. 인월드 AI는 캐릭터 페르소나를 설정, 가상공간 내 이용자 캐릭터의 행동에 직접 반응하는 페르소나별 AI NPC를 생성할 수 있다. 정보검색뿐만 아니라 감성 대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지난 23일 진행된 기자 대상 시연회에서는 메타버스를 통해 아동이 배움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게임 콘트롤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광장을 뛰어놀고, 규모가 큰 공룡광장 등에서는 킥보드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캐릭터가 다가가자 공룡은 포효하며 반응했다. AI NPC는 각각 대화와 끝말잇기, 영어번역, 퀴즈 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생성형 AI가 탑재된 영어교사 NPC도 메타버스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어린이가 즐기는 콘텐츠인 만큼 안전도 고려됐다. 메타버스 등에서 문제가 된 사이버불링과 온라인 포식자 차단,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 방지에 힘썼다. 한 번 차단된 불량 사용자는 휴대전화를 변경하지 않는 한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악용될 수 있는 어린이의 개인정보는 받지 않는 수준으로 최소화했다. 보호자가 아동의 메타버스를 제어하거나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능도 담겼다. 실제로 AI 캐릭터에게 “맥주 마시고 싶어”라고 말을 거니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야”라는 식으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LG유플러스에서 오픈베타 서비스 중인 메타버스는 또 있다. 직장인 전용 ‘메타슬랩’이다. 메타슬랩의 경우, 실제 회사처럼 로비와 오피스공간, 1인좌석, 미팅룸, 타운홀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소규모 오피스에서부터 100명 이사의 대규모 맞춤형 공간, 500명이 동시에 사용가능한 컨퍼런스 홀까지 조직의 규모와 업무 성격에 맞춰 자유로운 설정이 가능하다. 줌이나 구글 밋과 같은 화상회의는 물론 양방향 인터랙션도 구현된다. 업무와 사내교육 등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다.
직접 아바타를 조정, 다른 아바타에게 다가가니 바닥에 원이 그려지며 대화가 연결됐다. 특정인을 호출하거나 내가 찾아가는 기능도 있었다. 자료 공유도 간단했다. 잠시 모니터 앞을 떠나야 할 때는 자리를 비우는 이유와 시간을 타인에게 알릴 수도 있었다.
이현우 LG유플러스 가상오피스 프로젝트 팀장은 “온라인이라도 메타버스 속 회의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 훨씬 더 회의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동일한 대화를 하더라도 장소에 따라 대화 몰입도가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LG유플러스의 자신감도 엿보였다. 원선관 LG유플러스 메타버스 프로젝트 팀장은 웹 3.0 플랫폼의 관점에서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높게 샀다. 그는 “새로운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르게 3D에 친숙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실감 나고 몰입감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며 “향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타버스가 시들해졌다는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시도와 오류, 학습, 과제 등을 반복하며 웹 3.0의 방향성을 찾아나가고 있다”며 “LG유플러스는 타겟층을 면밀하게 분석해 웹3.0을 통해 고객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찾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메타버스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685억 달러(약 89조원)에서 오는 2030년 1조3000억 달러(약 169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10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메타버스 ‘로블록스’의 사용 연령대가 올라가며 주식이 상승했다. 애플은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지난 5일 공개했다. 우리 정부 또한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