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벌써 포기?…강서구청장 재보궐, “현역 출마 금지” 압박 논란

민주당, 총선 벌써 포기?…강서구청장 재보궐, “현역 출마 금지” 압박 논란

당 최고위 강서구청장 선거 ‘현역 출마금지’ 결론…당사자 개별 통보
‘총선 전초전’ 성격 크나 당 스스로 경쟁력 후보 배제
당헌·당규상 현역 감점 조항 있어…‘경선 기회’조차 박탈에 ‘불합리’ 지적도

기사승인 2023-07-04 18:35:50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쿠키DB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하반기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 출마를 전격 배제하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22대 총선 바로 전 선거로 여야 모두 승리가 절실하지만, 경쟁력 있는 후보의 출마를 막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5월 18일 공석이 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는 민주당 측 후보는 10여 명 남짓이다. 이 가운데는 현역 의원도 포함돼 있는데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현역 후보자 출마를 막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이런 사실을 전달해 논란이다.

지난달 3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올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 앞서 후보자 검증을 담당하는 당 기구를 설치하고, 후보자 선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현역 의원들의 후보 등록을 배제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당 지도부는 출마를 준비 중인 현역 후보들에게 연락해 “되도록 출마하지 말라”는 식의 의사를 통보했다.

현역 후보자들의 출마 자체를 막는 확정적 결정은 아니지만, 사실상 당내 경선에 나갈 기회조차 막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의 방침으로 강서구청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경 서울시의원과 최동철 강서구의회 의장은 졸지에 출마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기 직전이다. 

원칙적으로 지방선거는 각 시·도당이 치른다. 하지만 재보궐선거는 당헌·당규상 중앙당에서 주관할 수 있다. 시기상 중요한 선거이거나 당내 후보가 난립할 때 중앙당이 직접 관여해 심사하고 공천을 결정하기 위함인데 이번은 여러 점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선거다. 총선 바로 직전 치러지는 선거로 사실상 총선 전초전으로 불려 일단 이기고 볼 일이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고 기선 제압에 나서야 하지만, 민주당은 경쟁력이 입증된 현역 후보는 먼저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현역의 무분별한 출마를 막기 위해 당헌 당규를 통해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경선 참여조차 하지 말라는 식의 당의 권고는 사실상 불출마 종용인 셈이다.

최동철 강서구의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헌 당규상 현역은 감점 제도로 페널티를 주고 있는데도 아예 출마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며 “피선거권을 무리하게 제약하는 것이라면 위헌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아울러 “당에 속한 당원의 입장에 당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힘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민주당은 당헌 당규상 현역 의원(기초의원 포함)이 본인의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해서는 심사 결과의 100분의 25를 감산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해당 소식에 지역 민심도 들끓고 있다. 강서구민 A씨는 쿠키뉴스에 “작년 지방선거에서 구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떨어진 사람들은 구청장 후보로 내면서, 오히려 지역민들이 믿는 사람들은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최근 민주당을 보면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서구 주민 B씨는 “더 이상 강서구가 덮어놓고 민주당을 찍는 곳이 아니다. 당을 보고 찍지 않고, 이제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을 보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외부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너무 시대 착오적인 판단”이라며 “지역민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준다. 후보가 마땅치 않으면 지역 출신 인사 중 지역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후보들을 뺀 민주당 예비 출마자들도 8명 내외로 그 수가 적지 않다. 다만 이들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다양한 이유로 지역민의 선택을 못 받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다.

강서구청장 후보군으로 불리는 이창섭 전 시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심사과정에서 개인사로 출마를 철회했다. 김용연 전 시의원과 경만선 전 시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각각 출마했으나 국민의힘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장상기 전 시의원은 구청장 후보 경선까지 진출했지만, 김승현 후보에게 밀려 탈락했다.

현재 현역 의원이라는 이유로 배제될 위기에 있는 김경 시의원은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강서구 6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당선된 민주당 서울시의원이다.

한편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위원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현역 후보들이 출마하면 또 다른 보궐선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보궐이 결국 국민의힘 책임이라고 외치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현역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명분이 없다고 당 지도부가 판단했다”고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10월 강서구청장 선거가 ‘총선 전초전’인 만큼 현역 여부와 상관없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승리하는 게 당 차원에서 중요한 게 아니냐는 추가 질의에는 “그런 것을 고려하기 전에 현역 출마는 명분이 안 선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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