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이성민, 나는 김신록 ‘형사록2’ [볼까말까]

뛰는 이성민, 나는 김신록 ‘형사록2’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3-07-05 16:00:02
‘형사록’ 시즌2 속 배우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늙은 형사가 또 달린다. 퇴직하면 절대 안 뛴다고, 죽어도 걸어만 다닌다고 다짐했던 그다. 형사는 읊조린다. “경찰이 아니더라도 뛸 일은 많다. 잡아야 할 것은 범인 말고도 많다.” 그는 막 굴착기 면허 시험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놓친 참이다. 죽어라 뛰어 시험을 치른 보람은 없었다. 결과는 탈락. 형사를 그만 두고 제2의 삶을 살려던 꿈은 물거품이 됐다. 5일 공개되는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형사록’ 시즌2는 이렇게 시작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뛰는 것이 택록의 숙명이라면 새로 등장한 연주현(김신록)은 그 위에서 날아다니는 인물이다. 연주현은 택록이 발령받은 여성청소년수사팀의 팀장. 경찰대 출신 엘리트인데다 원칙을 어기는 법 없고 카리스마까지 뛰어난 완벽한 경찰…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수상쩍다. 택록의 과거에 지나치게 관심 많고 한밤중 걸려온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도 천연덕스레 받는다. 하필 이럴 때, 사건이 터진다. 택록이 후배 이성아(경수진)가 크게 다친다. 손경찬(이학주)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택록이 의심스럽다. 한때 혈육같이 정을 나눈 세 사람은 이제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금오 경찰의 앞날은, 또 택록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형사록’은 디즈니+가 2021년부터 선보인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시청자 호평을 받은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1은 디즈니+ 한국 인기 콘텐츠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로 꼽혔다. 자신을 친구라고 칭하는 의문의 협박범을 추적하는 과정이 큰 줄기다. 여기에 금오시 재개발 비리 카르텔을 얽어 사건을 키웠다. 시즌2엔 배우 김신록을 비롯해 정진영, 주진모, 정해균 등이 합류했다. 메가폰을 잡은 한동화 감독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촬영 당시 배우들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시즌1에선 적이 일방적으로 공격했다면, 시즌2는 적들과 보이지 않는 접전이 펼쳐지며 첩보물 같은 느낌을 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형사록2’에서 연주현을 연기한 배우 김신록.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볼까

누군가 연기 정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형사록2’를 보게 하라. 어떤 캐릭터든 자신에게 맞추는 이성민과 어떤 캐릭터에도 자신을 맞추는 김신록의 연기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1화까지만 해도 K형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던 이성민은 2화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보여준다. 자신 때문에 죽거나 다친 주변인들에게 죄책감을 느껴 무너지는 얼굴이 소름을 돋게 한다. 김신록은 JTBC ‘재벌집 막내아들’과 정반대의 얼굴을 보여준다. 똑 부러지고 명쾌해 보여도 속내를 알 수 없어 미스터리한 인물을 다층적으로 표현한다. 퇴직 경찰 최도형을 맡은 배우 정진영도 기대감을 높이는 이름 중 하나다. 초반 분량이 많진 않지만 ‘한 방’이 있으리라는 예감을 품게 한다.

말까

‘형사록’ 시리즈에 입문하는 시청자는 시즌1부터 정주행하고 돌아오자. 미결로 남은 금오시 재개발 비리 사건을 알지 못하면 시즌2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 수 있다. 시즌1보다 분위기가 가벼워지긴 했으나 사건 규모를 키우면서 이야기와 인물 관계가 복잡해질 공산이 크다. 머리를 식히고 싶은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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