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이 불러온 안양시 민주당의 분열

같은 당 시장과 시의원 갈등 배경엔 내년 총선 의식한 지역표심
공방은 시의회와 공무원노조 대결로 이어져

입력 2023-07-20 23: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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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이 불러온 안양시 민주당의 분열
안양시의회 최병일 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20일 시의회 청사 앞에서 안양시공무원노조의 처신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앞서 안양시공무원노조는 시의회 한 의원의 호계동 장례식장 문제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장례식장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대호 시장과 같은 당 시의원이 대립하며 의회가 파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장례식장 인허가를 앞두고 안양시 행정을 비난하면서 화살이 최 시장에게 향했고, 이 과정에서 시의회 이 지역구 A의원의 공개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안양시가 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에게 A의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했고, 안양시공무원노조도 이번 발언을 문제 삼아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자 이번에는 시의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를 비판하는 등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8일 열린 제285회 시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 나선 A의원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당시 A의원은 ‘안양 첨단산업단지 내 장례식장 건립 과정의 불통행정 개선 촉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본 의원은 시민과 함께 이후 인사발령을 지켜볼 것이며 만에 하나 건축허가가 난다면 누가 장례식장의 대표가 되고, 누가 이사가 되고, 누가 그곳에서 녹을 받게 되는지 주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안양시는 다음날인 19일 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에게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A의원의 발언은 마치 안양시와 장례식장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으며, 2000여 명의 안양시 공무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하고 모욕감을 주는 발언”이라며 A의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안양시 공무원 내부 게시판 ‘나도 한마디’에는 ‘공무원 조직을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무책임하게 발언한 것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 ‘노조나 시에서 강력히 대응했으면 한다’ 등 A의원 발언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왔다.

공무원노조도 20일 A의원에게 공문을 보내 “구체적인 근거도 없는 단순 의혹제기식 발언이며 공식석상에서 시민들에게 안양시 공무원 전체를 부정부패 집단으로 매도하는 명예훼손적 발언”이라며 A의원이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번에는 안양시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최병일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의회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행부의 부적절한 행정에 대해 시민을 대신해 지적하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시의원의 마땅한 영역”이라며 “공무원노조가 의회에 대해 강압적 태도를 보이며 시의원의 발언을 왜곡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대의기구인 의회를 경시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면서 노조의 각성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한편 동안구 호계동 1029-2번지에 설립을 추진 중인 문제의 장례식장은 국내 유명 장례전문기업이 지난 2019년 건립을 추진해왔다. 대지면적 6026㎡에 지하1층 지상3층 건축물로, 건축연면적 1만1139㎡ 규모다.

그해 2월 신청한 건축허가를 안양시가 주민반대와 각종 민원 등을 이유로 반려하면서 업체와의 소송전이 시작됐고, 안양시는 2020년 1월과 9월, 1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이후 10차례 넘는 건축심의를 열며 2년 넘게 끌어 오던 허가문제는 지난 4월 건축소위원회에서 조건부동의가 나왔고, 업체 측은 지난달 20일 안양시에 건축허가를 접수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장례식장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호계 장례식장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2일 안양시청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주민동의 없는 장례식장 허가신청은 당장 반려되어야 한다”면서 “최대호 시장은 주민들 앞에서 장례식장 건립에 따른 현재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또 “이 지역은 도로 폭이 좁아 출퇴근 시간대에는 지금도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으며 장례식장을 드나드는 차량 등으로 주변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이 박탈된다”면서 시의 건축허가 불허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는 “주민들의 입장은 이해하나 두 번씩이나 패소해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안양=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