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방콕이야?”… 이국적 공간에 빠진 청년들

“너 지금 방콕이야?”… 이국적 공간에 빠진 청년들

기사승인 2023-08-27 06:05:01
서울 경리단길에 위치한 태국 콘셉트 식당. 캐치테이블

피라미드 모양의 카페부터 프랑스 대사관 느낌의 태국 식당까지. 이국적인 콘셉트의 공간이 청년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카페, 식당에 방문하고 인증샷을 올린 SNS 게시물만 수천개다. 청년들은 이국적인 공간에 가는 것을 일상 속 특별한 경험이라 여기는 분위기다.

비싼 가격에도 “후회 없는 경험”

지난 23일 오후 방문한 방콕을 꼭 빼닮았다는 식당 1층은 이미 만석이었다. 비가 내리는 평일이었지만, 오후 6시가 지나자 2층까지 테이블이 가득 찼다. 민트색 물로 가득 찬 수영장과 라탄으로 된 의자와 테이블, 동서양을 아우르는 소품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둘이서 블랙타이거새우가 들어간 팟타이에 코코넛 치킨과 수박주스까지 먹으니 7만원을 넘길 정도로 가격대가 높다. 하지만 청년들은 생일을 축하하고, 꽃다발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이곳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분위기였다.

24일 오후 방문한 피라미드를 빼닮은 카페는 서울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하는 한적한 경기도 외곽 지역에 있었다. 붉고 뾰족한 벽돌로 지어진 3개의 대형 건물은 도심에서 보기 힘든 이국적인 느낌을 줬다. 건물 앞에서 커플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가족들은 아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내부는 층고가 높았고, 통창으로 한강이 보였다. 덥고 습한 평일 오후에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피라미드 모양의 카페.   사진=유민지 기자

지난 6월 태국 느낌의 식당을 방문한 신모(30)씨는 “비싸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경험”으로 기억했다. 신씨는 “매일 오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특별한 날 찾기에 좋은 곳”이라며 “해외여행처럼 돈을 많이 안 써도 외국에 온 기분을 낼 수 있어 방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라미드 모양의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3)씨는 “개강 전 친구들과 기분전환을 하려고 차를 빌려서 놀러왔다”고 했다. 이씨는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여행하는 기분이 들고 오히려 좋았다”며 “특이한 건축물 앞에서 사진도 찍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이국적 공간, 이젠 하나의 문화”

전문가들은 체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 특성이 이젠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소비와 더불어 공간을 향유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됐다”고 말했다. 지역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것이 이 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국내에도 해외 못지않게 멋있는 곳이 많다는 인식이 생기고, 이런 공간을 만드는 공급자도 많아져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국적인 공간을 찾는 트렌드가 해외여행과 SNS에서 주목받고 싶은 욕구에서 발생한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은 자유로움을 갈구하는 세대지만, 현실적으로 돈과 시간 여유가 없다”며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체험소비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SNS에 들어간다”며 “그 중 낯설고 색다른 그림이 있어야 사람들이 눌러본다. 눈길을 끌기 위해 이국적인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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