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공정‧책임’ 실종된 전남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전남배구협회, 원칙 없는 경기 운영‧전남교육청, 무책임한 관리 감독…피해는 학생 몫
전남배구협회‧전남교육청 책임회피 급급…스포츠 통해 꿈‧희망? 오히려 짓밟았다 ‘비난’

입력 2023-09-15 14: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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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공정‧책임’ 실종된 전남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전남교육청이 주최한 제17회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어른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통한 학생건강 증진 및 모두가 행복한 학교체육문화 조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전남교육청이 주최한 제17회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어른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통한 학생건강 증진 및 모두가 행복한 학교체육문화 조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남배구협회 경기감독관의 원칙 없는 판정과 전남교육청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대회에 참가한 일부 초등학생들과 인솔교사가 점심 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오후 2시가 넘도록 경기장에서 대기하는 등 심각한 학대를 당했다.

하지만 전남배구협회나 전남교육청 측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할 뿐 학생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노력은 물론, 공식적인 해명이나 사과조차 하지 않으면서 주최측으로서의 역할은 고사하고 ‘어른’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14일부터 장흥공설운동장 등 장흥군 일원에서 6000여명의 초‧중‧고등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2023 전남학생스포츠문화축제’를 개최했다.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제17회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가 함께 열렸다.

23개 종목에서 종목별 교육지원청 대회 및 주말리그를 거쳐 선발된 대표팀이 참가해 학교 대항전으로 진행된 가운데, 초등부 배구경기에서 원칙 없는 감독관의 경기 진행과 무책임한 도 교육청의 관리가 비난받고 있다.

대회 첫날인 14일 용산중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초등부 배구경기 진도군과 해남군 대표팀의 첫 경기에서 해남군 대표팀이 세트스코어 2대 0 완승을 거뒀지만, ‘부정 선수가 참가했다’는 이유로 ‘몰수패’가 선언됐다.

남자부 경기에 여학생 1명이 참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해남팀 인솔교사는 ‘부정선수’가 아니며, 몰수패는 2중 처벌이라고 주장하고 감독관의 올바른 결정을 요구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배구를 하고 싶어하는 여학생들이 일부 있으나 팀을 꾸릴 만큼 많지 않아 해남교육지원청에 문의해 이 중 1명을 남자부에 포함시키게 됐고, 지역 예선부터 계속 참가했다.

이날 역시 처음부터 선수로 뛰었고 1달 전 제출한 선수명단도 성별란에 ‘여’로 표기했지만 주최측은 문제 삼지 않았다.

특히 1세트 경기에서 6대 3으로 앞서가던 중 진도팀의 문제 제기에 따라 경기감독관이 여학생 선수를 남자 후보선수와 교체토록 하고, 여학생 선수가 경기하는 동안 얻은 6점도 몰수해 0대 3으로 경기를 속행시켰다.

자신들이 인정했던 여학생 선수를 부정선수로 간주한 것도 부족해 페널티까지 부여했음에도 경기 종료 후 또다시 해남 대표팀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원칙‧공정‧책임’ 실종된 전남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전남교육청이 주최한 제17회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어른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통한 학생건강 증진 및 모두가 행복한 학교체육문화 조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배구계 전문가는 우선적인 책임은 선수명단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경기 전 선수를 확인하지 않은 경기감독관과 심판진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경기감독관이 이미 페널티를 부과하고 경기를 속행시킨 만큼, 해당 사안은 페널티 부과시점에서 종결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경기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남배구협회 송은상 부회장은 “경기 도중 게임을 몰수하고 돌려보낼 수 없어 한 경기라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잘못된 경기진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구제 대책 등 그에 따른 책임은 외면했다.

전남교육청 역시 해남팀에 다른 방법의 ‘보상’을 운운하며 경기감독관의 결정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 등 책임회피에만 급급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인솔교사와 학생들은 주최측의 결정을 기다리며 점심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오후 2시가 넘도록 경기장에서 대기하는 등 심각한 학대를 당했다. 교육청 관계자에게 결정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한 인솔교사의 전화는 수신거부됐다고 주장했다.

한 참가 학생은 “분명 우리가 이겼는데 왜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른들도, 교육청도 못믿겠다”면서 “그동안 친구들과 정말 즐겁게 배구를 했는데 앞으로는 배구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이날 아이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불신, 무너진 자존감을 어떻게 할거냐?, 스포츠를 통해 공정을 배우게 하고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것들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또 “점심도 먹지 못한 채 운동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면 안타깝다”면서 “심각한 학대 행위”라고 규정하고 “결국 이런 것들이 기성세대와 교육계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자들에게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제16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축전은 다양한 리그제 도입을 통해 참가 학생들이 경기를 최대한 즐기고 축제에 참여하도록 운영 방식을 개선했다. 토너먼트 경기방식을 폐지해 순위 시상 없이 ‘페어플레이상’만 시상한다는 방침으로, 지역 예선 성격인 전남교육청의 행사 방법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