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IPO ‘뻥튀기 청약’…두산로보틱스로 알아보는 흥행 지표

사라진 IPO ‘뻥튀기 청약’…두산로보틱스로 알아보는 흥행 지표

지난 7월1일 IPO 제도 개선안 도입, 기관투자자 허수 청약 사라져
두산로보틱스 단순 경쟁률 272대 1…상반기 IPO 흥행 종목比 ↓
신규 흥행 지표 주목…‘기관 참여도·의무보유확약’

기사승인 2023-09-22 09:41:35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허수 청약을 방지하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명 ‘뻥튀기’ 경쟁률이 사라지면서 이전에는 흥행 참패로 여겨졌던 경쟁률이 다반사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하반기 IPO 대어로 주목받는 두산로보틱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향후 IPO 흥행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아닌 다른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봇섹터 흥행과 함께 올 하반기 IPO 최대 ‘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는 두산로보틱스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두산로보틱스의 단순 경쟁률은 272대 1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같은 경쟁률은 상반기 사례와 비교 시 ‘흥행 참패‘를 점쳤던 수준이다. 일례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도전했던 강관 제조 및 유통기업 넥스틸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23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공모가도 희망밴드 최하단인 1만1500원으로 결정됐다. 상장 당일 주가도 6.61% 내린 1만740원에 마감했다.

반대로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자아낸 기업은 흥행까지 이어졌다. 올 상반기 중·소형주 중심으로 진행된 IPO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은 토탈 코스매틱 기업 마녀공장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800대 1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IPO를 진행했던 기업들 중 최대 경쟁률이다. 공모가도 희망밴드 상단인 1만4000원을 초과한 1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특히 상장 당일 시초가를 공모가 두 배인 3만2000원에 형성한 이후 상한가로 마감하면서 ‘따상’에 성공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쟁률이 흥행 참패를 기록했던 종목들과 비슷한 이유는 허수성 청약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안이 도입된 것에 기인한다.

앞서 지난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들은 테스크포스(TF) 절차를 거쳐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IPO 시장에서 건전한 질서를 저해하는 관행을 추진 배경으로 밝혔다.

금융위가 꼬집은 문제점은 허수성 청약이다. 따상 등 고수익이 기대되는 IPO시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허수성 청약 행태가 만연해서다. 이는 기관수요예측의 주 목적인 적정 공모가 산정을 저해해 고평가를 유도하고, 상장 이후 투자자에게 손실을 초래할 우려도 생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기관 수요 예측에서 나온 주문 금액은 1경5203조원에 달한다. 주금납입 능력을 뛰어넘는 수요 제출이 만연했던 것이다. 

제고 방안에 따라 주관사는 자율적으로 미리 정한 기준과 방법에 따라 수요예측 기관의 주금납입능력을 배정 전 확인·평가한다. 아울러 주금납입능력에 대한 기준 및 확인방법을 증권신고서에 미리 기재하고, 능력 범위 내에서만 청약물량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금투협은 지난 4월 허위성 청약에 제동을 거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지난해 당국의 제고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및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을 자율규제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했다. 

이같은 IPO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개정안은 지난 7월1일 이후 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부터 적용됐다. 이에 수요예측 경쟁률도 크게 변화했다. 올 1분기 신규 상장 기업(스팩, 리츠, 재상장 제외) 16개의 평균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1077대 1로 확인됐다. 하지만 개정 이후 공모에 나선 기업 7곳의 평균치는 646대 1로 나타났다. 40%가량 감소한 셈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예측 경쟁률에 대해 “올해 7월부터 허수 청약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과거 사례보다 낮아 보일 수 있으나, 올해 공모를 진행한 신규 상장기업 중 최고 수준의 기관 참여도를 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요예측 경쟁률은 더 이상 흥행 지표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어지는 의문은 향후 IPO 흥행을 가늠하기 위한 지표가 무엇인가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두산로보틱스의 사례다. 이미 시장의 눈길이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쏠려 실제 공모 흥행 가능성도 높아서다. 

이들 사례에서 주목되는 점은 참여 기관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수는 국내 1660개, 해외의 경우 260개사다. 올해 최고 수준의 기관 참여도라는 게 두산 측 설명이다. 특히 노르웨이중앙은행과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부펀드 운용사들이 참여 기관으로 드러났다. 세계 최대 운용사로 알려진 블랙록과 골드만자산운용 등 해외 펀드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와 함께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로보틱스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51.6%(수량 기준)에 달한다. 신청 물량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이 공모주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간을 뜻한다. 확약기간은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등으로 구성됐다. 통상 IPO 단계에서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길게 제시하는 기관에는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흥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는 얘기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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