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 항체 양성률 30% 불과한데…백신 혜택 밖 2030

‘A형간염’ 항체 양성률 30% 불과한데…백신 혜택 밖 2030

잠복기 거쳐 발열·구토·복통·황달 증상 보여
6개월 간격 두 차례 접종으로 100% 항체 생성
“단시간 내 A형간염 퇴치 기대 어려워”
백신도 없는 E형간염…“돼지고기 충분히 익혀 먹어야”

기사승인 2023-11-01 06:00:06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은애(27)씨는 두 달 전 심한 복통과 함께 구토, 설사를 반복하며 하루에도 서너 번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나중에는 열까지 치솟아 새벽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급성 A형간염’을 진단받았다. 해수욕장에 놀러 가 덜 익혀 먹은 조개와 굴이 원인으로 보였다. 김씨는 그때 자신이 A형간염 항체가 없다는 것과 예방백신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급성 A형간염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급성 바이러스 간염이지만 20·30대는 항체 양성률이 30%에 불과함에도 국가예방접종 혜택 밖에 놓여 있다. 지속적인 홍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간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세계적으로 3억40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감염되면 잠복기를 거쳐 발열, 구토, 복통,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를 통해 회복되지만, 만성 간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할 경우 드물게 간 기능이 상실되는 간부전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국내 급성 바이러스 간염 중 A형간염이 75% 이상을 차지한다. 최광현·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20~2021년 국내 12개 대학병원에 등록된 급성 바이러스 간염 환자 160명 중 급성 A형간염 환자는 78.8%를 차지했다. A형간염 환자 중 40.5%는 익히지 않은 조개, 굴을 섭취해 감염됐다.

A형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12~23개월의 모든 소아는 무료로 국가예방접종을 받게 되면서 10세 미만에서는 90%에 가까운 항체 보유율을 보인다. 또 2020년부터 만성 B형간염, 간경변증 등 A형간염 감염 시 위험도가 높은 만성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백신 접종은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이뤄지며 1차 접종 후 4주가 지나면 95% 이상의 방어항체가 생성되고, 2차 접종 후에는 100% 항체가 생긴다. 

문제는 A형간염 국가예방접종 혜택을 받지 못한 20·30대다. 20·30대의 A형간염 항체 양성률은 30%가량에 불과하다. 70%가 A형간염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최원혁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A형간염은 우리나라에서 2009년과 2019년에 각각 1만5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며, 10년 주기로 큰 유행을 보였다”며 “주로 사람과 사람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위생시설과 소득 수준이 우수하더라도 산발적인 발생이나 주기적인 유행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백신 예방접종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0·30대를 대상으로 A형간염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대부분의 A형간염은 만성화되지 않고 회복되며 백신이 비교적 고가이기 때문에 비용·효과 측면에서 광범위한 예방접종의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예방접종을 통해 단시간 내에 A형간염 퇴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상당 기간 ‘A형간염과 함께하는 시대(With Hepatitis A)’를 살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무료 예방 접종이 가능한 만성 간질환자가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E형간염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그는 “E형간염은 덜 익힌 돼지고기나 충분히 익히지 않은 소시지 등의 가공식품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E형간염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나 면역억제제 복용자 중 주로 면역능력이 저하된 경우에 만성 간질환으로 이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광현·정숙향 교수 연구팀 조사에서도 급성 바이러스 간염 중 E형간염이 7.5%로 A형간염 다음으로 많았다. E형간염 환자의 경우 27.8%가 말린 과일을, 11.1%는 멧돼지 혈액·담즙을 먹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허가된 E형간염 백신이 없다는 점도 부각했다. 전 세계에서 E형간염 백신은 중국에서 개발된 백신이 유일하다. 예방 효과는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E형간염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전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E형간염은 70℃에서 2분, 80℃에서 1분만 가열해도 감염력이 소실된다는 점에서 익혀 먹는 것이 기본이고 가장 손쉬운 예방법이다”라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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