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달리는 배민 로봇…“생각보다 괜찮네” [가봤더니]

테헤란로 달리는 배민 로봇…“생각보다 괜찮네” [가봤더니]

배민 자체개발 로봇 ‘딜리’, 실외 배달 서비스 개시
“지능형로봇법 개정안 시행, 로봇 신사업 단초 마련”

기사승인 2023-11-22 06:00:02
강남 테헤란로에서 자율주행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로봇 딜리. 우아한형제들

“어머! 이제 로봇이 배달도 하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문을 받은 배달 로봇이 자율 주행을 하며 곁을 지나가자 시민들의 놀라움은 생각 이상이었다.

쿠키뉴스가 이날 만나 본 배달 로봇은 높이 78cm, 깃발 높이 120cm의 아담한 사이즈. 전면부 LED 형태로 그려진 동그란 눈은 마치 사람의 형상 같았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느낌을 풍기는 이 로봇의 이름은 ‘딜리’. 배달의민족이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이다. 딜리는 최대 30kg까지 적재가 가능하며, 최대 시속 14㎞를 달릴 수 있다. 

딜리의 배달 서비스 이용 방법은 간편했다. 코엑스몰 인근 건물에 있는 고객이 배민 앱에서 로봇 배달이 가능한 매장으로 식음료를 주문하면, 딜리가 실외에서 식음료를 싣고 지정된 장소까지 배달하는 형태다. 주문접수부터 출발-도착 예정-도착 등의 과정이 고객에게 알림톡 형태로 안내되기 때문에 고객은 모바일앱에서 배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딜리는 현재 예비 2대를 포함해 총 5대가 운영되고 있다. 배달 가능한 건물은 코엑스몰 인근 테헤란로87길 내 6곳이다. 딜리는 한번 충전하면 4시간 동안 주행이 가능하며, 배달 수수료도 따로 없다. 테스트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서비스인 만큼 아직 고객 이용건수도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배달 로봇 딜리가 주문을 받고 해당 목적지로 배달을 하고 있다. 영상=김한나 기자

이날 현장에서 주문을 받은 딜리는 식음료를 담고 해당 목적지로 이동을 시작한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곁에는 현장 안전 요원이 함께했다. 

주행하는 15~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딜리는 멈췄다 섰다를 여러번 반복했다. 길을 가다 장애물이나 사람이 보이면 속도를 줄이거나 주춤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배달 주문 시 사람이 빠르게 걷는 6~7km 속도로 자율주행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 속도는 더 더뎌 보였다.

이동하는 내내 우려했던 안전 문제는 없었다. 배달 범위가 한정적이기도 하고 관제센터에서 위험 요소를 판단한 뒤 딜리에 다시 주행 명령을 내리는 식이라 안전 장치도 한몫하는 듯 했다. 경로 이탈 등으로 배달 시간은 다소 소요됐지만 배달 자체는 원활하게 이뤄졌다. 안의 내용물도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배달됐다. 실제 안전 요원은 지켜볼 뿐 개입도 거의 없었다. 

딜리는 고성능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등의 센서를 활용해 유동 인구가 많은 보행로에서 행인을 피하고 돌발상황에서도 빠르게 새로운 경로를 생성할 수 있다. 향후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상황별 음성 안내 기능과 고마움이나 미안함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현장 관제요원은 “해당 서비스는 올 연말까지 시범 운영되고 종료될 예정”이라며 “내년에도 시범 사업을 계속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우아한 형제들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 사진=김한나 기자

지능형로봇법 개정안 시행, 로봇 서비스 속도


딜리는 지난 10월 31일부터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 일대에서 실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서비스는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에는 우아한형제들과 서울시, 강남구, LX한국국토정보공사, LG전자, WTC 서울 등 6개 기업과 기관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8월 코엑스몰에 서빙로봇을 도입해 첫 서비스를 개시했고, 10월엔 코엑스몰 내 식음료 매장에서 트레이드타워로 식음료를 배달하는 실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딜리는 우아한형제들이 로봇사업에 뛰어든 지 7년 만에 선보이는 자체 개발 로봇이다. 그간 배민 로봇은 국내외 업체에서 개발한 로봇을 커스터마이징해 실증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번 딜리는 순수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강남 테헤란로에서 자율주행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로봇 딜리. 우아한형제들

특히 지난 17일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로봇 배달 서비스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올 10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이어 지능형로봇법까지 시행되면서 로봇도 법적으로 보행자의 지위를 부여받아 인도로 다니며 배달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인도로 다닐 수 있는 로봇의 무게는 500㎏ 이하, 폭은 80㎝ 이하로 제한된다. 이동 속도도 무게별로 시속 5∼15㎞ 이하로 정해졌다.

로봇의 실외 이동이 허용됨에 따라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로봇을 통한 물류 배송, 순찰, 방역, 안내 청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지능형로봇법과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이 보행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인도 통행이 허용했다”면서 “실외이동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신사업을 개발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는 시범사업으로 소규모 운영하고 있는 실외 배달서비스를 보다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물품으로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배달 로봇 개발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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