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선” vs “신중 검토”…‘약 배송’ 두고 尹·복지부 의견 상충

윤석열 대통령 “약 배송 제한 불편, 법 개정 노력”
복지부, 의약품 오남용 우려…“변경 계획 없어”
약사들 조제 거부 움직임에 “약사법 위반” 경고

기사승인 2024-01-30 19: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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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선” vs “신중 검토”…‘약 배송’ 두고 尹·복지부 의견 상충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 중인 비대면진료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는 가운데 약품 배송을 두고 대통령과 주무부처의 입장이 엇갈린다. 대통령은 약품 배송 제한으로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규제 개선 의지를 밝힌 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오·남용 등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오전 판교 제2테크노벨리 기업지원허브창업존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이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약 배송 규제를 완화해 비대면진료를 활성화하겠단 의지를 밝혔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일 때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했으나, 지난해 6월 위기단계가 하향됨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종료됐다. 이에 정부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전에 제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한된 선에서 시범사업을 도입해 실시했다. 초창기 시범사업에선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만 비대면진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지난해 12월15일부터는 모든 연령대 환자가 평일 오후 6시 이후 야간과 토요일 오후 1시 이후 초진으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보완했다.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은 98개 시군구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자에게까지 확대됐다. 제약이 사라지면서 이용자도 많아졌다.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청구 내역 기준으로 비대면진료 보완 방안 시행일(지난해 12월15일) 전후를 비교하면 비대면진료 건수가 4배가량 증가했다.

윤 대통령은 “비대면진료를 의료계와 환자, 소비자 간 이해 충돌 문제로 접근하기보단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정보 이용 역시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전체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도 성과 분석을 통해 시범사업을 개선·발전시키고,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 약 배송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복지부는 약 배송에 대해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표했다. 비대면진료 보완방안이 제대로 자리 잡고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입기자단 설명회에서 “복지부는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제도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약 배송 부분은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있어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결정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규제 개선” vs “신중 검토”…‘약 배송’ 두고 尹·복지부 의견 상충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진료 과정이 취재진에 시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표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무부처 생각이 상충하며 혼란이 커진다. 다만 비대면진료로 처방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일선 약국에서 약 조제가 거부되는 사례에 대해선 조치하겠단 뜻을 밝혔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민생토론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현재 2만4000여개의 약국 중 9000개 이상의 약국이 비대면 조제를 한 이력이 있다”며 “비대면진료라는 이유로 조제를 거부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다. 조직적으로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조제 거부 사례가 있다면 약사단체 등과 잘 협조해서 문제가 없도록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 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 방안 등도 소개했다. 정부는 중복검사를 막고 진료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거점의료기관 61개소를 포함해 협력 의료기관, 보건소, 근로복지공단, 병무청 등 8605개소가 참여하고 있다. 표준 서식 교류는 지난해 약 70만건, 영상 정보 교류는 약 38만건이 이뤄졌다.

의료기관 등 분산된 개인 건강정보를 손쉽게 조회하고 저장, 전송할 수 있는 의료데이터 중계 플랫폼인 ‘건강정보 고속도로’도 지난해 9월 가동됐다. 올해 참여 의료기관은 143개소로 이 중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17개가 포함됐다. 정부는 향후 국공립병원과 국방부 의무기록 등 공공데이터 보유 기관과 연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플랫폼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에 환자 진료기록을 제공해 복약지도나 의료기술 개발 등 활용 사례를 도출하고 검증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조하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기존에 개발된 표준 적용이나 민감 정보인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고 유통할 때 비용 투자 등 현실적 부담감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 건강과 편의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비대면진료를 환자 안전과 편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보건의료데이터에 대한 투자 강화와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이터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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