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과대포장’ 규제 혼란에…또 영세상인만 타격 ‘우려’

택배 과대포장 규제 4월 시행…업계 대비책 골몰
환경부 “가이드라인 만들며 업계와 논의·보완 중”
“파손·기회비용 지출 우려, 다른 방법 찾아야”

기사승인 2024-02-16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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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과대포장’ 규제 혼란에…또 영세상인만 타격 ‘우려’
설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인 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설 선물 소포를 비롯한 물류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오는 4월 30일부터 시행되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앞두고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과대포장 규제에 따라 향후 영세 상인들과 판매자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3일 논란이 된 과대포장 공간 비율 계산에서 보냉재가 차지하는 공간은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일회용 포장의 경우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 포장 횟수는 1차례 이내’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포장공간비율은 상자 등 포장용기 용적에서 제품의 체적을 뺀 값을 포장용기 용적으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50% 이하로 비율을 제한한다는 것은 ‘제품에 견줘 지나치게 큰 상자는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다만 가로, 세로, 높이 합이 50㎝ 이하인 포장은 규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과대포장이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서 환경부는 2022년 4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업체들의 현장 준비를 위해 2년간 시행을 유예했다. 이후 업계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아직 세부 지침을 마련하지 못했다.

논의의 쟁점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택배 상자에 보냉재를 넣어야 할 경우 그 공간을 과대포장 공간 산정에 포함시킬 것인지의 여부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업계와 계속 논의하고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영세 업체의 어려움도 고려해 모두 다 지킬 수 있는 기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대포장 규제는 폐기물 발생에 따른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취지라는 게 환경부 측 설명이다. 과대포장 규제가 적용되는 품목은 △가공식품 △음료 △주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류 △전자제품 등이다. 해당 품목들은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과대포장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대표적으로 쿠팡과 컬리가 꼽힌다.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 상품을 하나씩 개별 포장해 배송하고, ‘로켓 럭셔리’ 배송은 물건을 총 3번 포장하는 형태다.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신선식품 배송용 보냉백인 ‘프레시백’을 사용해 포장재 절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컬리도 기존에 사용하던 종이 포장재가 과대포장 논란이 일자 2021년 재사용 포장재인 컬리 퍼플박스를 도입했다. 퍼플박스 서비스 지역은 서울·경기·인천·부산·대구·울산에서 최근 충청권까지 확대했다.
 
쿠팡과 컬리는 ESG경영의 일환으로 이미 친환경 소재 포장과 택배 포장 효율화 등을 이어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 혼란에…또 영세상인만 타격 ‘우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쿠팡 배송 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문제는 대기업이 아닌 영세 상인들이나 개인 판매자 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대 포장 규제가 시행되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장 과정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추가 비용 지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 포장 제한으로 컵이나 그릇 등 파손되기 쉬운 제품들을 배달하는 업체에 타격이 갈 수도 있다.

이커머스에 입점해 있는 개인 판매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규제에 따른 포장 과정이 달라지면 부자재 추가 구입을 위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규제 기준도 모호해 별다른 대처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화장품 판매업자는 “나무로 된 포장재를 쓰거나 완충재 등을 사용해 최대한 친환경적이고, 포장 절감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은 규제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하고 있고 인지하고 있는 반면, 중소 업체들은 규제가 시작되거나 정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대비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단체에서도 해당 규제에 대해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화 소비자연맹 회장은 “배송에 위험한 제품은 최소한의 포장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도 “해당 규제로 물품 파손이나 기회비용 지출 등의 우려되는 부분은 포장기술개발 지원 등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 ‘택배 과대포장 규제’의 본래의 취지를 살려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각 업체별 배송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고 특수한 상황이 많은데 개별 기업들의 요구사항이 지침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이 되느냐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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