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재난이라고 내놓은 정부 대책, 실소만” 

기사승인 2024-02-23 15: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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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재난이라고 내놓은 정부 대책, 실소만”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재난으로 정의하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정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3일 오전 8시부로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될 때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급종합병원은 중증과 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지역의 2차 병원, 경증 외래환자는 의원급에서 각각 진료토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의협은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겐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현재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곳은 중증 및 응급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수련병원들”이라며 “중증 및 응급 질환에는 적용조차 불가능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동안 1·2차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 받으며 정기적으로 대면 진료 후 처방을 받는 만성질환자들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게 만들어, 만성질환자들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과 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지역의 2차 병원, 경증 외래환자는 의원을 이용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대책으로 내세웠다”며 “이것이 대책이 될 수 있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이렇게 당연한 일조차 지켜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망가뜨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구당 의사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맞추길 원하면, OECD 평균 이상인 지표들이 후퇴하는 것도 동의하라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원하는 의료 시스템이 OECD 평균에 맞추는 것이라면, 국민들께 OECD 평균 수준의 의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대기시간, 전문의 진료 대기시간, 치료가능 사망률, 의료 수가 등 대한민국이 OECD 평균보다 월등히 우수한 각종 보건의료 지표들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동의하셔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주 위원장은 “이미 정부는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었다”면서 “이로 인해 의사들은 지금 현 상태 그대로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자유와 인권을 빼앗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진실을 호도하지 말고 재난상황을 스스로 만든 책임을 지고 억압이 아닌 대화를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질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