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또는 새벽 시간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유통시장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10년 넘게 지속돼온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규제 완화가 결국 이마트 등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등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2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산업위 소위원회에서는 유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과 12월 단 두차례 논의된 이후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유통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총선을 한 달 가량 앞둔 시기에 나온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유통법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가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차원의 법 개정에 대한 고려보단 여야의 정치적 목적,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대한 영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통법 개정은 결국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는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에도 길을 터주는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2대 국회가 원구성 되면 유통법에 대한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때 상황을 봐서 대응할 부분은 대응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 회기 때 국회에서 유통법이 재발의돼 순조롭게 진행될 지 봐야 한다”면서 “개정 이후의 상황에 따라 (새벽배송에 대한) 실행 방안 계획을 다시 세우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유통법상 대형마트는 의무적으로 매달 이틀간 공휴일에 휴업해야 한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시간이 제한되며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그간 유통업계에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높은 만큼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전문가는 유통법 자체에 대한 실효성 문제를 꼽으며 현 시대 흐름에 맞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변했다. 특히 중국 직구 플랫폼의 진출로 온·오프라인의 경쟁 영역이 붕괴되고 있다”면서 “글로벌과 국내 간 유통 경계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오프라인 유통만 붙잡고 규제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법 규제 목적인 소상공인과 중소 유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유통법 취지 자체가 지금 시대와 맞지 않기에 빨리 개정되는 게 맞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법을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간 격차도 벌어지고 있어 대형마트가 향후 새벽배송에 뛰어든다 해도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와 테무 등의 가파른 국내 시장 진출로 대형마트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는 1조9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1%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 해외직구 비율은 국내 전체 해외직구 매출액의 절반 이상(54.3%)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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