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이 이용할 할랄 식당수와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무슬림 관광에 다시 활력이 돌고 있다. 2022년 35만9000여명이었던 방한 무슬림 관광객수는 지난해 76만여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의 약 11% 정도다.
무슬림 관광객들은 해당 지역에서 할랄(Halal)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는다. 원칙적으로 무슬림들은 이슬람에서 허용한 할랄 음식 이외엔 먹을 수 없다. 할랄 음식엔 식물성 음식과 해산물,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 육류가 해당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0 방한 무슬림 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온 무슬림 관광객들은 식사의 81.1%를 할랄 음식으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온 무슬림 관광객들은 할랄 식당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경복궁 앞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관광객 자흐라씨는 “서울의 할랄 식당은 충분하지 않다(not enough)”며 “할랄을 엄격하게 지키는 우리 가족은 갈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서울에 122개, 전국에 278개에 불과하다. 서울 내 식당 82만개 중 0.01% 수준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적은 수다. 태국엔 3500개가 넘는 할랄 식당이 있고, 일본은 주요 편의점 브랜드에서 할랄 인증 도시락을 판매할 정도로 무슬림 친화적이다.
부족한 할랄 식당수는 무슬림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을 만족스럽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 2018, 2019년도 조사에서 무슬림 관광객들이 뽑은 한국 관광 개선 요소 중 ‘음식’이 연달아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마스터카드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 무슬림 여행 지수(GMTI : Global Muslim Travel Index)에서 한국의 할랄 음식 만족도는 42점(100점 만점)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무슬림 친화 관광지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할랄 음식 만족도 90점에 비하면 낮은 점수다.
할랄 식당 정보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현재 한국의 할랄 식당 정보를 정리해 알려주는 공식 홈페이지가 마땅히 없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할랄 식당 목록이 있지만, 위치나 음식 종류 등이 잘 분류되지 않아 이용하기 불편하고, 잘못된 정보가 남아있는 등 정확하지 않다. 실제로 쿠키뉴스 취재 결과 폐업한 식당은 20곳 이상이고 일부 식당은 이제 더 이상 할랄 메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할랄 식당 정보가 부족한 무슬림 관광객들은 대부분 이태원으로 몰린다. 지난달 23일 서울 경복궁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관광객 리나씨는 “SNS로 할랄 식당을 검색하면 대부분 이태원에 있다”며 “할랄 식당을 찾아 저녁마다 이태원으로 이동한다”고 아쉬워했다. 리나씨 말처럼 서울 한남동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을 중심으로 할랄 식당 거리가 존재한다. 서울 할랄 식당 중 122개 중 29곳이 용산구에 있을 정도로 많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서울 전역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결국 정보 부족으로 그나마 잘 알려진 용산구 주변으로만 무슬림들의 발걸음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식을 즐길 수 있는 할랄 식당에 대한 요구도 나온다. 23일 서울 용산구 한 할랄 식당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관광객 아즈릴씨는 “한국식 할랄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할랄 식당은 대부분 인도나 동남아식”이라며 “한국에 왔으니 한식을 즐기고 싶지만, 한국식 할랄 식당이 별로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내에서 한식을 제공하는 할랄 식당은 18곳에 불과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할랄 음식 인프라 사업이 “없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사업은 2021년까지만 운영했다”며 “2년 인증 사업이었기 때문에 지난해까진 정보를 제공했지만, 올해부터는 관련 정보를 직접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외부 전문 인증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예빈 쿠키청년기자 codpqls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