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자소서 열풍...면접 강화하는 기업들

기사승인 2024-04-12 1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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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자소서 열풍...면접 강화하는 기업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설명회를 듣고 있는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가 대학에서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을 쿠키뉴스의 일원으로서 기여하고자 합니다. 경제학의 근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복잡한 경제 이슈를 분석하고, 학생회와 봉사 활동을 통해 얻은 소통 능력과 팀워크를 이용하여 팀 내외부와 효과적으로 협력하며,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의미 있는 뉴스를 제작하고 싶습니다.(챗GPT 자소서 일부)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한창이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이 부는 중이다. 자기소개서 기본 틀잡기는 물론, 면접 준비에도 이용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다수의 기업은 자소서 외에도 심층 면접, 경력 등 여러 방식으로 평가를 하고 있어 선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보면서도, AI 활용 확인 시 불이익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생,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챗GPT를 이용한 자기소개서 작성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챗GPT로 자소서를 작성해 본 적 있느냐’는 글에는 “챗GPT 내용을 한 번 수정해서 제출했다” “자소서를 많이 쓰다보니 챗GPT도 쓸 수밖에 없다” “챗GPT와 문답 과정을 반복하면 쓸만한 내용이 나온다”고 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는 자소서 작성에 필요한 프롬프트(명령어) 활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해 취업 준비 중인 이모(25)씨는 챗GPT를 이용해 자소서를 쓰고 있다. 이씨는 “(입사 희망) 기업에 대해 잘 파악해 대답해준다는 게 강점”이라며 “챗GPT의 답변을 그대로 베껴 자소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불이익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4)씨도 “자기 PR, 글쓰기가 너무 어려운데 틀은 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기업의 채용을 준비해야 하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챗GPT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기자가 챗GPT에 학부 활동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지원동기를 요청해 봤다. 챗GPT가 강점이 될 수 있는 역량을 적은 지원동기를 내놓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자소서도 클릭 한 번이면 되는 ‘딸깍’ 시대가 된 것이다.

챗GPT 자소서 열풍...면접 강화하는 기업들
기자가 직접 챗GPT에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회사 지원 동기를 질문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챗GPT 캡처 

하지만 챗GPT 자소서는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사실을 부풀리는 등의 우려가 있다. 실제 대다수 기업은 입사지원자가 챗GPT로 작성한 자소서를 제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 64.1%는 챗GPT 자소서에 대해 ‘독청성·창의성이 없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챗GPT 활용이 확인되면 해당 전형에서 감점(42.2%), 불합격(23.2%) 등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315개소 응답, 응답률 63.0%)으로 지난해 11월20~12월22일 실시했다.

문제는 챗GPT 활용 여부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기자가 챗GPT로 작성한 자소서를 본 한 언론사 인사담당자 A씨는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럽다. 챗GPT로 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학술연구원 인사담당자 B씨도 “한두 개 명령어로 매우 빨리, 잘 쓴 글이 나오는 것 같아 놀랍다”며 “본인 스타일로 글을 다듬으면 솔직히 채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업은 AI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 시대 변화 흐름상, 구직자의 AI 활용을 막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73.0%)은 자소서가 챗GPT를 활용해 작성됐는지 판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심층 면접과 같은 형식의 평가 방식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서 인사담당자들은 자기소개서 선별역량을 강화(51.1%)하거나 다른 전형 비중을 높이게(41.0%)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인사담당자는 “최근 많은 회사가 경력 채용을 하고 있어 자소서보단 경력기술서를 본다. 이 때문에 (챗GPT 선별 프로그램)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경력사항을 자세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회계법인 임원 C씨는 “면접을 볼 때 자소서에 대한 의존도는 높지 않지만 정성껏 스스로 작성한 사람과 AI가 작성한 사람의 내용이 같을 순 없다”며 면접에서 판단해 인력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언론사 인사담당자 A씨도 “자소서는 더욱 변별력이 떨어져 앞으로 시험 전형 도입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