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나홀로 기준”…한전 녹색프리미엄 신뢰도 지적 [위기의 RE100②]

“한국식 나홀로 기준”…한전 녹색프리미엄 신뢰도 지적 [위기의 RE100②]

녹색프리미엄 비중, 전체의 80% 이상 차지
온실가스 감축 불인정 등 기준 개선 필요성
“사용 내역, 발전원 등 세부 내용 공개 개선”

기사승인 2024-04-29 11:00:01
대우건설이 시공한 영월 풍력발전단지. 대우건설 

한국형 RE100(K-RE100) 실행의 대표 방안 중 하나인 한국전력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기준과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때문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민간 캠페인으로, 전 세계 426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전력 시장과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한국형 RE100을 추진, 2050년까지 100% 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RE100에 참여한 기업 총 295곳의 재생에너지 전체 사용량은 17.9TWh(테라와트시)로, 이 중 녹색프리미엄 이행수단으로 14.9TWh가 사용돼 80% 이상을 차지했다.

녹색프리미엄은 공기업인 한전에서 공고하는 해당 입찰에 전기소비자가 참여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기존 전기요금과 별도로 프리미엄을 한전에 납부하는 개념이다. 

연간 판매물량을 미리 산정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녹색프리미엄에 참여한 기업에 사용확인서(RE100 적용)를 발부하고, 징수한 프리미엄을 재생에너지에 재투자함으로써 RE100 실현이 완성된다.

녹색프리미엄 비중이 유독 높은 이유는 비용·편의성(한전 입찰) 등에서 다른 방안 대비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좁은 국토면적·높은 인구밀도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가 어려운 우리나라에선 발전사업자와 거래하는 REC(신재생에너지 인증서), PPA(전력구매계약) 등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단가 역시 녹색프리미엄 대비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녹색프리미엄이 RE100 기준은 충족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기반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공동 발간한 ‘2023 RE100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보고한 RE100 실천 방안 중 57%의 에너지원이 국제 지침을 기준으로 출처 불명(unknown)으로 분류됐다. 

발전용 댐 춘천댐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기간 중국이 보고한 RE100 실천 방안 중 에너지원 불명 비중은 4%, 베트남은 0%였다. 출처 불명의 에너지원이 탄소를 배출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글로벌과 다른 기준으로 인해 기업의 탄소저감 노력이 의도치 않게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RE100 실천 조건은 GHG(온실가스) 프로토콜 기준에 따라 스코프(scope)2 배출 감축을 목표로 ‘에너지원 출처’와 ‘추가성(재생에너지 발전 기여 확대 효과) 확보’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K-RE100에서 녹색프리미엄은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중에 얼마나 재생에너지에 직접적인 투자가 있었는지에 대한 증명이 어려워 데이터 신뢰성이 떨어진다”면서 “글로벌과 다소 다른 기준이 국제 캠페인의 통계상 오류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 환경 정책에 따라 녹색프리미엄제도를 이용하고 있는데, 글로벌 기준과 달라 이 같은 이슈가 생긴다면 여러 기업들이 해외 진출 또는 교류를 하는 데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프리미엄으로 지불된 비용이 향후 온전히 재생에너지 발전에 사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성 확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2년 노용호 당시 국민의힘 의원(現 국민의미래 비례대표)이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가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2년간 마련한 689억원의 예산 중 32억원이 태양광 설치 등 직접 지원사업에 투입됐으며, 나머지는 컨설팅·재생에너지 홍보 등 간접사업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지금까지 사용된 것을 포함해서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할 방안이 있는 것인지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노용호 의원실 관계자는 “녹색프리미엄으로 모인 재원을 태양광 보급에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정부에서 보급 지원을 하고 있는 데다, 현재 태양광 패널 모듈로는 아무리 효율을 올려도 현재 20%대에서 28~29% 수준까지밖에 올리지 못한다”면서 “탠덤 태양전지나 박막태양광 등 R&D에 투자를 늘려 발전효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러한 재원들이 단순히 패널 보급이나 간접사업에 투자될 게 아니라 진정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담 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녹색프리미엄의 추가성 및 재원활용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올 상반기 이후부터 주요 사용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입찰방식도 태양광·풍력·바이오·수력 등 재생에너지원별 판매물량을 공고·입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총 판매물량만 공고돼 왔다.

이어 “최신 상업운전 개시 발전소의 발전량부터 매칭하는 등 CDP 기술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오기출 상임이사는 “사실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자체가 적고 비싼 환경이어서 쉽지는 않은 조건”이라면서 “글로벌 기준과 발맞추는 것이 우선과제이고, 평균가격을 낮춰 수요와 공급을 확장시켜 PPA 시장 등 다방면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활성화하려면 전력계통·분산에너지 기술 등이 고도화·상용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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