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회 입법기능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과잉 발의나 부실 법안 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질적인 법안 발의를 위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건수는 총 2만6820건이다. 18대 국회 1만1191건과 비교하면 100% 이상 증가했다. 이는 국회의원 한 명이 연평균 19.6건의 법률안을 발의한 수준이다. 법안 발의 증가 속도 또한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법안 수는 갈수록 급증하지만 가결률은 11.4%(21대, 2957건)에 그쳤다.
의원들이 대표 법안 건수에 매달리는 이유는 공천 심사에서 점수를 따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적을 채우기 위해 보여주기식 입법을 하는 것이다. 공천 심사기간 동안 무더기로 법안 발의를 하는 것은 이제 일상화됐다. 민주당 소속 한 보좌진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의원 평가를 앞두고 질적인 측면 보다는 양적인 측면에 치중하다보니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갯수 채우기를 위한 입법 발의가 종종 있다”며 “실제 입법부가 민생에 필요한 법안이 아닌 국회의원 평가를 위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법안이 무슨 의미가 있나싶다”고 지적했다.
좋은 법안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통념이다. 또 분명해야 하고 일관된 규칙을 가져야 한다. 이런 원칙을 지켜 발의되고 제정된 법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심도 있게 재정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정법안의 경우 새롭게 법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 시간이 걸리는 까닭이다.
문제는 개정안들 중 용어만 약간만 바꿔 재발의 하는 등 일명 ‘양치기’ 법안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을 여러 관련법에 걸쳐 적용하는 법안은 대표적인 부실 입법 발의 사례다. 개정안은 원래 법안과 거의 유사해 새로운 접근이나 개선이 없는 채로 재발의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반복 발의로 법안의 품질과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된다. 민주당 소속 한 보좌진은 “용어를 바꾼다고 하면서 모든 법률에 있는 표현 하나씩 개정하는 법안을 낼 수도 있다”며 “그렇게 개정안을 낼 경우 하루에 수십 개도 가능하다”고 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방’을 ‘지역’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법안을 6개로 나눠서 발의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농업 산업의 육성과 관련해 ‘농업 단체의 의견을 듣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여러 개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불’을 ‘지급’으로 바꾸자는 등의 법안을 발의했다.
부실 입법 지적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는 개선 방안으로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의원 입법이 사전 영향평가 없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경제적 규제를 양산된다며 사전적 규제심사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원입법이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제도만으로는 질적인 입법을 위한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입법영향분석이 도입되면 질적 저하를 막고 좋은 법률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입법발의건수도 증가되고 있어 19대 때부터 논의되어 왔던 입법영향분석을 법제화 해야한다”고 했다. 다만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본연의 역할을 제약받는 일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한 보좌진은 “사전에 검토받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국회의원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보좌진은 “과잉, 부실 입법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국회의원 한 명 당 임기 중에 발의할 수 있는 법안의 개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며 “국회의원이 스스로 질적인 법안을 만들려는 자정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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