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인구위기로 인해 연금개혁의 필요성이 시급해진 가운데, 국민의힘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과 윤창현 의원이 새로운 연금제도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출산 시 연금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 저출산 정책과 연계한 연금개혁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경원 당선인과 윤창현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가 열렸다. 나 당선인은 윤석열정부 초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윤 의원은 여권 내 금융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나 당선인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제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내려갔다. 저출산 문제는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결국 일자리, 주거, 보육, 교육 등 사이클별로 대책을 준비해야 하고 결혼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당선인은 특히 연금개혁 문제가 저출생 현상과 관련이 깊다고 짚었다. 그는 “저출산 문제 때문에 연금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납부한 연금을 누가 보충해줄 것이냐(하는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과 연금과 연계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봤을 때 출산 크레딧 제도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충분한 연계가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연금을 통해 출산율을 제고할 방법이 없을까 해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정쟁 문제보다는 인구 문제에 힘써야 한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나 당선인은 “(여야가) 특검법을 몇 개 하느니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22대 국회가 과연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22대 국회가 특검 등 정쟁에만 몰입할 게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윤창현 의원도 “이번에 연금개혁을 끝냈어야 했는데 끝내지 못했다”면서 “연금제도는 신뢰성이다. 미래세대가 평생 연금 보험료를 냈을 때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확신을 못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미래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안을 만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첫 아이부터 한 자녀당 2년씩 연급 지급시기가 아닌 발생시기에 ‘출산 크레딧’을 지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재 출산 크레딧 제도는 2008년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입양)할 경우,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한다. 자녀가 2명인 경우 12개월, 자녀 3명은 30개월, 4명은 48개월, 5명 이상인 경우 50개월까지 가입기간이 인정된다.
문제는 출산 크레딧이 정작 출산과 양육의 주 당사자인 여성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산 크레딧 수급자 현황은 2021년 6월 기준 2494명이다. 이중 여성 수급자는 39명에 불과하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연금수급 자격이 생기는 10년을 채우지 못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출산 크레딧은 출산 후 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10년(120개월) 이상 납부하고, 노령연금을 받을 시기가 돼 연금을 청구할 때 가입기간이 인정된다.
이날 발제에 나선 권다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인구정책연구실 박사는 “출산 크레딧이 출산과 양육의 주 당사자인 여성에게 돌아오기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남성에게 적용되고 있다”며 “양육을 담당하는 아버지나 입양을 통한 부모의 기여에 대한 인식에 맞춰 ‘육아 크레딧’ 개념으로 대체하는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산 크레딧을 첫째 아이부터 인정해주고, 한 자녀당 2년씩, 연금 지급 시기가 아닌 발생 시기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로는 독일의 ‘어머니 연금(Mütterrente)’을 제시했다. 지난 2014년 시행된 어머니 연금은 자녀 양육을 직접 담당한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수급 가능하다. 부모가 공동으로 육아를 담당한 경우엔 합의를 통해 수혜자를 결정할 수 있다. 별도 합의가 없는 경우엔 여성에게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녀당 3년 기간이 인정되며, 크레딧 인정 기간 동안 별도의 소득활동을 하며 연금에 가입하면, 연근 가입 인정 소득과 근로소득을 합산해 가입 소득을 결제한다. 크레딧 재원은 전액 국가가 보조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출산 양육은 대체적으로 30대 전후에 이뤄지나, 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지급하는 출산 크레딧은 노령연금 수급권 획득 시 지원하고 있다. 재원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첫째 자녀부터 자녀당 12개월씩(최대 60개월)씩 크레딧을 부여하고, 선진국들과 같이 국고 100% 사전 지원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대 효과로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 완화 및 가입 제고 효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출산과 양육이라는 행위에 대한 보상 △출산율 제고 정책 중 하나로 시너지 효과 기대 △크레딧 혜택의 체감도 향상 및 청년층의 국민연금 이미지 제고 등을 들었다.
구체적인 출산 크레딧 방안별 재정 소요 추계도 발표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첫째 자녀부터 12개월, 둘째 자녀 출산 시 12개월씩 추가(최장 50개월)하는 출산 크레딧을 사후 지원할 경우, 재정 소요 추계는 2040년 2568억원, 2050년 1조1637억원, 2060년 2조8032억원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2안으로 첫째 자녀 12개월, 둘째 이후 자녀당 18개월씩 추가(최장 50개월)하고 이를 사전 지원할 경우 2040년 1조6781억원, 2050년 1조8331억원, 2060년 2조1050억원을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