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연임 도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면서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 전격 복귀하면서다.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4회 AFC 총회에서 정 회장이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단독 출마한 정 회장은 별도의 투표 절차도 없이 박수를 받으면서 추대됐다. 임기는 2027년까지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4선’ 도전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는 정 회장이 AFC 집행위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내 축구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AFC 집행위원회는 아시아 축구 최고 집행 기구로, 각종 대회 개최지 선정을 비롯한 주요 의사 결정을 여기서 한다.
당장 축구협회와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축구의 방향성과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국제축구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영향력을 높였다”고 자평했으나 지난달 법인 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일관되게 정 회장과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에선 “좋은 선수를 길러내는 데 집중하느라 운동장 밖 사정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는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단체를 만들고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을 정 회장과 KFA가 준엄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면서 “정 회장은 몇몇 대표팀 성과를 본인의 치적으로 포장하려 들지만, 정작 대표팀의 뿌리가 되는 유⋅청소년과 아마추어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는 의지가 없다. 이런 고민 없는 운영이 한국 축구의 수십 년 퇴보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단체장이 국제단체 요직에 있을 경우, 공정위 심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축구 팬들의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은 정 회장에겐 악재다. 한국 축구는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시종 경기를 지배당하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0-2 완패했고, 23세 이하 대표팀은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지 못하는 역대급 참사를 빚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