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당연히 그 조건을 맞출 것이라 생각하고 지원한다. 하지만 실제 수능에서 모두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다시 말하면, 대학에서 설정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춘다면 그만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입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일부 결과를 공개한 대학들의 자료를 통해 살펴보자.
학생부교과전형
2024학년도 학생부교과전형의 수능최저 충족률 또는 실질 경쟁률을 발표한 일부 대학들의 자료를 보면 수능최저로 인해 최종 경쟁률이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수능최저를 충족할 경우 합격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수능최저 충족률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높을수록 낮아져, 고려대의 경우 57.0%의 충족률을 기록했다. 인문계열에서 최저기준을 완화하면서 충족률이 상승했지만 자연계열의 충족률이 하락하면서 전체 충족률은 2023학년도(62.4%)에 비해 낮아졌다. 다른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이한 기준을 적용한 경희대와 서강대의 경우 70%대의 충족률을 보였고, 중앙대는 3분의 2 수준으로 낮아졌다.
교과전형의 특성상, 여러 대학에 중복 합격해 이탈하는 학생들로 인한 충원율까지 고려하면 최종 경쟁률은 더 낮아진다. 추가합격 인원까지 반영한 자료를 공개한 서강대의 경우, 교과전형에서 309.0%의 충원율을 기록하며 최종실질경쟁율이 1.47:1까지 낮아졌다. 최초경쟁률(8.1)의 18.1% 수준이다.
논술전형
논술전형에서는 논술고사 결시율이 실질 경쟁률에 큰 영향을 준다. 대부분 학생부만 제출하면 되는 교과전형과 달리, 논술전형은 지원 후에도 논술고사 응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시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수능에서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 논술고사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수능최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시험을 치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응시자 중에서도 수능최저를 충족한 비율이 높지 않아 실질 경쟁률은 매우 낮아진다.
논술을 응시하고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인원의 비율 또는 이에 따른 실질 경쟁률을 공개한 경희대, 동국대, 성균관대, 그리고 대학이 공개한 자료로 추정이 가능한 서강대를 보면 모두 논술을 응시하고 수능최저를 충족한 비율이 4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국대와 성균관대는 실질 경쟁률이 20%대 수준으로 낮아져, 수능최저만 통과해도 합격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한편, 대학들이 대체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는 추세에서, 경희대는 올해 교과전형과 논술전형의 최저기준을 소폭 강화했다. 탐구 영역 적용 시 1과목만 반영해 오던 것을 올해부터는 2과목의 평균등급으로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탐구 영역 1과목을 포함해 수능최저를 충족시키는 수험생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수능최저 충족률이 낮아질 수 있다.
올해는 의대 증원 등의 이슈로 상위권 N수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능최저 충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수능최저 통과 시 합격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더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기말고사 이후에는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