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해라” “얻다대고 반말?”…법사위, 촌극 끝에 파행

“공부 좀 해라” “얻다대고 반말?”…법사위, 촌극 끝에 파행

국민의힘 참석한 첫 법사위 전체회의, 6분만에 ‘파행’
정청래-유상범의 말싸움 대전…“공부 좀” “내가 더 잘했다”
송석준 “존경하고픈 정청래”…정청래 “희화화 하지말라” 
방송 3+1법, 여당 반발 속 법사위 통과

기사승인 2024-06-25 17:13:17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을 상정해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왼쪽)에게 의사 진행 등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부 좀 하세요”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공부는 내가 더 잘하지 않았겠어요?” (유상범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

국민의힘이 ‘상임위 전면 보이콧’을 중단한 뒤 처음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의 6분 만에 파행했다. 여야는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여당 간사 사보임 절차 문제와 의사일정 진행 등을 놓고 거센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얻다대고 반말이냐”, “공부 좀 해라”,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 등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국회 법사위는 2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법사위 4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제안대로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 등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복귀한 여당 의원들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간사를 맡기로 한 유상범 의원을 비롯해 송석준·박형수·장동혁·우재준·주진우 의원 등이다.

유상범 의원은 개의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 자리로 가 “(간사) 사보임을 위한 의사 일정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다. 법사위 안건 상정 등 의사일정이 여야 간사 간 합의 없이 이뤄졌다는 반발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 의결도 안 됐는데 무슨 간사인가”라고 응수했다. 이에 유 의원이 재차 “최소한 여당이 있으면 간사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 높이며 고성이 오갔다.

정청래-유상범, 말싸움 대전…“공부 좀” “내가 더 잘했다”

유 의원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 위원장은 “위원님 성함이 뭡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유 의원은 “위원장님은 성함이 뭡니까”라고 맞받았다. 정 위원장이 “저는 정청래입니다”라고 하자 유 의원은 “저는 유상범이다”라고 답하는 등 양측의 날선 신경전은 계속됐다. 

정 위원장은 “유상범 위원, 본인 자리로 들어가라. 위원장의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들어가시라”며 “국민의힘은 지각 출석을 해서 간사 선임이 안 된 상태다. 간사도 아니면서 의무 없는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경태 의원도 유 의원을 향해 “자기소개도 안 했으면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정 위원장 엄호에 나섰다. 

유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간사 선임을 위한 의사일정을 거듭 요청하자 정 위원장은 “위원장 재량”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의원이 “그게 무슨 재량인가. 예의가 없다”고 지적하자 정 위원장이 “예의가 없어?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 간사 선임할 때 들어오지 왜 이제 들어왔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정 위원장은 회의 시작 6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정 위원장이 이후 전체회의를 속개하려 하자 유 의원은 다시 문제를 제기하면서 언쟁이 벌어졌다. 유 의원이 “상대방 배려를 좀 하세요. 위원장이 하고 싶으면 맘대로 정회하고, 재개하고 싶으면 맘대로 하냐”고 따지자 정 위원장은 “국회법대로 하는 것이다.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비꼬았다.

이에 유 의원은 “공부는 조금 더 제가 잘하지 않았겠나”라고 맞받아쳤다. 정 위원장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유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이를 지켜보던 장 의원은 “고등학교 때 공부 잘 했던 것을 환갑이 넘어서 자랑하고 있다. 한심하다”고 날을 세웠다.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을 상정해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석준 “존경하고픈 정청래”…정청래 “희화화 하지말라” 

신경전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으로 달아올랐다. 송 의원이 자신의 발언 기회에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발언하자 정 위원장은 “존경하는 마음이 없으면서 ‘존경하고픈’이라는 표현 자제해 주고 그런 말로 희화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곧장 지적했다.

이에 유 의원이 다시 나서서 “(위원장이) 다시 나서서 ‘존경’이라는 말을 붙이지 말라고 지적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자기 모순적인 발언이다. 주의하라”며 퇴장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유 의원은 “상대방 무시하고 상대방을 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과 갈등 야기하고 한다면 국회가 과연 무슨 의미 있겠나. 국회는 각자 지지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 기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시작은 21대와 같이 일방개원, 불참과 같은 모습이 진행됐지만 국민의힘에서 (구성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국회에 등원하고, 상임위에 참여했다”며 “서로에게 배려와 양보, 타협하는 과정 겪으며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그런 국회의 모습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방송 3+1법, 여당 반발 속 법사위 통과

한편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방송 3법’을 상정해 의결했다.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개정안)은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직능단체와 학계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 개의나 의결에 필요한 최소 출석 위원 수를 2인에서 4인 이상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언론 정상화 4법’으로 부른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을 체계 자구를 심사하는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넘겨 더 논의하자고 주장했지만,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통과된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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