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의사” 복귀 전공의 실명 공개한 채팅방

“감사한 의사” 복귀 전공의 실명 공개한 채팅방

병원·진료과 등 개인정보 노출
9월 복귀자 명단 공개 예고
정부, 엄정 대응 경고…“불법행위 용납 못해”

기사승인 2024-07-12 11:54:32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난 2월 이후 환자 곁에 남은 동료 의사의 개인정보가 담긴 ‘의료계 블랙리스트’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최근엔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의 신상을 공개한 텔레그램 채팅방이 등장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채팅방이 지난 7일 개설됐다. 채팅방에는 지난 11일부터 ‘감사한 의사’, ‘감사한 의대생’, ‘감사한 전임의’라는 이름의 리스트가 실명과 함께 올라와 있다.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나 학교에 남은 의대생을 ‘감사하다’고 비꼰 것이다.

의대생은 학교·학년·이름이, 전공의는 병원·진료과·연차가 공개됐다. 전임의(펠로우)는 병원이나 진료과, 출신 학교 학번, 이름 등과 같은 개인정보가 실렸다. 명단에 포함된 이들은 집단 수업 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의대생, 의료 현장에 남아있거나 복귀한 전공의,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전임의로 추정된다.

채팅방 개설자는 공지글을 통해 “해당 채널은 보건복지부 장관님의 뜻에 따라 이 시국에도 환자만을 위해 의업에 전념하고 계신 의사, 의대생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표하려 했으나 해당 선생님들을 몰라 감사의 뜻을 표할 수가 없어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명단을 제작해 공개하고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명단은 해당 선생님들의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작성했기 때문에 널리 알려주셔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개설자는 향후 9월 복귀 전공의들의 명단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암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이 사직 후 9월 하반기 모집에 특례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상태다. 개설자는 “추후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올해 가을턴(9월 복귀자)에 지원하는 선생님들이 제대로 감사 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최우선으로 추가 명단을 작성할 예정이다”라고 적었다.

현장의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의 명단을 밝히는 블랙리스트 게시는 동료 의사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의료계 집단 반발에서 이탈하는 인원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서면서 한동안 잠잠했지만, 정부가 전공의 복귀 유도에 적극 나선 지난달 말부터 병원별 근무 중인 전공의 수와 진료과, 연차 등의 정보가 담긴 글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는 개인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집단 행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라며 “불법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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