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이대로 유지해야하나

건강보험 제외영역 보장위한 보충적 역할확립 요구돼

기사승인 2017-09-19 13: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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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며 실손의료보험의 역할과 유지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의료비를 증가시킨 간접정범인 만큼 없애거나 대대적인 재설계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실손보험은 이대로 유지해야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넓은 보장범위와 낮은 본인부담금을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 가입한 상태로 놔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과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이 모여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보장범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논의해 조만간 실행에 옮긴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18일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같은 당 이학영 의원(정무위원회)이 개최하고 보험전문가와 가입자, 의료서비스 공급자, 관계기관 등 12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한 ‘문재인 케어 추진에 따른 실손보험의 역할진단 토론회’에서 공ㆍ사 보험 연계법 제정과 실손보험의 대대적인 수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론에 앞서 허윤정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민간보험의 낮은 본인부담률과 건강보험과의 중복보장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이용과 과잉진료를 양산했고,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급여지출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민간보험사의 반사이익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비 부담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공ㆍ사 보험 간 연계와 관리대책을 마련해야한다”며 보험료의 인하와 올바른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한 보장범위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별법 형태의 보험연계법 제정 ▶상품 개발, 표준약관 제정 및 개선관리 ▶상품 허가 및 판매, 가입자 모집 관리감독 ▶보험료 산정 적정성 검토 ▶공ㆍ사 보험 정보연계 및 DB구축 ▶금융 및 보건당국의 공동관리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를 제외한 토론자 대다수는 허 교수의 제안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실손보험이 법정 본인부담과 비급여를 같이 보장해 비급여를 과잉 팽창시키고 (국가에서) 보장성을 강화해도 보장률이 올라가지 않았던 것”이라며 본인부담금 보장 제외,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관리ㆍ감독권 이관 등을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실손이 의사와 환자 간에 눈치를 보고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등 의료현실을 각박하게 만들었다”며 “연계법을 만들고 복지부가 관여해야한다. 보장성이 확대되며 발생하는 실손보험의 반사이익이 환자에게 환류 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다른 보험사의 가입자를 빼와야하는 민간보험의 영업방침이 개선돼야한다”며 연계법의 제정으로 민간보험사의 보험설계 수당, 판매방식, 인센티브 구조 등을 개선해 실손보험과 공보험의 중복수령을 없애고 상호보완적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실손보험, 이대로 유지해야하나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도 현재의 실손보험 구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주형 금융위원회 보험서비스과장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그 차선책이 실손보험이다. 하지만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방향에 따라 실손 상품구조의 개편을 공사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면서 내년 4월 실손보험 상품 끼워 팔기 금지, 실손 반사이익에 대한 통계적 검증, 보험료 청구간소화 등을 약속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팀 과장은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율이 있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이 없어 코페이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면서 “그러나 실손은 100% 보상이 300만건, 80~90%보상이 2000만건이다. 본인부담이 없어진 것은 환자에게 아무 비용이 발생하지 않게 해 도덕적 해이를 무력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과장은 “유럽처럼 총액계약제거나 국영의료기관을 중심으로한 공공의료체계도 아니라 행위별 수가제도 하의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밖에 없어 건보 재정은 늘고 불필요한 실손 지출도 나오게 된다”면서 “보장성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금융위와 논의해 반사이익을 추계 하고 보험료를 인하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돌려주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법안 마련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급여에 대한 심평원 심사 위탁, 표준화 등 관리를 하지 않아 비급여가 팽창한 것이지, 업계는 지속적으로 실손상품을 개편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하면 실손보험에 대한 영향도 추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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