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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약쟁이? 통증 환자에게 진통제는 진통제일 뿐”

만성 통증 환자 연속 인터뷰

김양균 기자입력 : 2018.07.12 00:07:00 | 수정 : 2018.07.11 22:41:03

무의미한 논쟁.”

통증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에 대해 서영선씨(가명·50)는 이 같이 말했다. 서씨는 진통제 이상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일침을 놨다. ‘꾀병환자’, ‘약쟁이등 만성통증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통증 환자들은 의료복지의 변방에 선 절대 약자다. 서씨가 전국 2만여 명의 통증환자를 대표하진 않지만, 약자로서 한 명의 환자의 증언은 여러 시사점을 갖는다.

꾀병환자·약쟁이 취급받는 만성통증 환자들의 고통에 이어 다시 통증환자가 가슴에 담아둔 호소를 전한다. 지난 8일 서씨는 줄곧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는 병마를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평정을 유지하던 그도 통증 환자 진통제 처방에 이르러선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일러스트=이희정

무의미한 논쟁

- 처음 발병한 게 언제인가요?

계속 몸이 아픈데 통증 조절이 안됐어요. 당시 통증클리닉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는데, 여러 시도를 해봐도 통증이 가라앉질 않았어요. 2010년 말경에 검사 차원으로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게 됐어요. 여러 검사를 받으면서 우울증과 관련된 통증으로 진단을 받았던 겁니다. 기분과 통증 조절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통증의 원인으로 보이는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에도 통증만은 여전했어요.”

- 통증 정도는 어떻죠?

영하 30~40도의 칼바람이 부는 추위 속에 갑자기 알몸으로 던져진 것 같아요. 온도가 뚝 떨어지니까 살갗이 찢어지는 것 같이 느껴져요. 숨도 못 쉬겠고 어느 곳이 아픈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 일상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진통제 약효가 떨어지면 일상생활 자체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것도 못해요. 개인 사업을 시작했던 시기인데 도저히 통증 조절이 안 되어서 문을 닫고 2~3년 동안은 꼼작도 못했습니다. 약 복용이 계속 늘어나자 병원에서도 난색을 표했고 더 이상 급여로 약을 처방받을 수 없었습니다.

비급여로 약값만 한 달에 700만원이 들었어요. 부모님과 형제들이 돈을 모아서 생활비와 약값을 대줬어요. 인근에 사는 형제는 제 간병을 해줬고요. 계속 그렇게 있을 수는 없었어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저만 바라보고 부모님께서 지원을 해준 터라 일을 해야 했어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러다 작년부턴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 회사 업무를 하기에 힘들지 않나요?

풀타임 근무를 해야 하지만 중간 중간 쉴 수 있게 회사에서 배려를 해줬어요. 그래도 힘들어요.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서울대병원에서 처방받던 진통제 처방이 작년부터 금지되다시피 됐어요. 줄곧 복용하던 약들을 갑자기 못쓰게 된 거에요. 처방을 받지 못하게 된 날은 내가 죽어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이후 며칠 동안은 통증 때문에 사경을 헤매다시피 했어요. 응급실에 가도 소용이 없어요. 정말 죽기 직전이 아니면 병상을 받지 못하고요. 의자에 쪼그려 앉아있다 진통제를 겨우 맞고 집에 돌아와야 하는 식인데, 그 약도 통증을 멎게 해주진 못했으니까요.”

- 만성 통증환자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기관과 전문의가 극히 드문 것 같은데, 실제로 느끼기엔 어떤가요.

만성 통증 말고도 몸에 여러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통증 때문에 거동을 못하다보니 관절과 척추 등 몸이 굉장히 약해져서 퇴행성 질환이 많아졌어요. 전 불과 2~3년 사이에 디스크도 급속도로 나빠졌어요. 디스크 통증만으로도 거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유명하다는 클리닉을 몇 차례 수소문해 찾아갔었어요. 통증을 고쳐달라고 호소를 해도 그때그때 통증 처치만 해줬지 근본적인 치료는 기대할 수 없었어요. 만성 통증 치료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거나 관심 없어 하는 경우도 있고요. 만성통증과 디스크 통증 모두 조절이 안 되어서 제겐 큰 고통이었어요.”

- 통증 환자들을 일컬어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됐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아요.

전 약을 복용하면서 공부와 일을 병행했습니다. 꾸준히 글도 쓰고 조카도 제가 키웠어요. 일을 하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적도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진통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에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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