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저 무사하겠죠?”…20대 女기자의 카풀 출퇴근기①

기사승인 2018-11-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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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대’ ‘여성’ ‘여기자’는 특정 이미지를 덧씌우는 단어다. 기사 제목에 매번 ‘女’자를 넣는 관습 또한 개선돼야 한다. 이번 체험기는 예외다. ‘누구나’가 아닌 ‘젊은 여성’이 바라본 카풀 서비스를 설명하려고 했다.]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날의 연속이었다. 택시 기사들은 급기야 파업을 선언했다. 카풀 서비스는 목적지가 같은 승객을 태워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다. 과거의 택시 합승제와 유사하다. 차량이 자가용인지 택시인지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 카풀을 두고 여간 시끄럽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탑승자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안전’이다. 타인 소유의 자동차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과연 탑승자는 얼마나 안전할 수 있을까? 카카오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비스를 잘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잘하겠다’는 말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란 말로 치환될 수는 없다. 모든 사고가 그렇다. 발생한 후에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다. 정말로 카풀은 위험한 서비스일까? 모두가 잘 아는 듯하면서도 모르는 게 카풀 서비스 아닐까. 직접 체험해보면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확실히, 달랐다.

# 나는 돈을 내고 자살하러 가는 걸까?

카풀을 체험하겠다고 하자 회사 선배들이 보내준 앱 후기는 가관이었다. 공포심만 커졌다. 기사를 쓰기 위해 안전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구나. 참담했다. 그만큼 실제 이용자들이 작성한 후기는 적나라하고 껄끄러웠다.

“여성 혼자 타는 거 아니면 태우지 않으려 하는 거 보니 이건 거의 자살하러 가는 수준”

“극단적으로 말하면 타다가 납치당해도 할 말이 없다는 뜻”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해 경찰에 신고하려다 말았다” 

“여성은 드라이버 옆에 앉아 웃고 맞장구쳐야 한다. 안 그러면 험한 꼴 당한다”

불쾌한 일을 당한다면 고발하겠다. 한 치의 거짓 없이 기사에 쓰고 말겠다. 다짐을 거듭하며 앱을 다운 받았다. 

가장 이용자가 많고 평점이 높은 앱은 ‘럭시’와 ‘풀러스’다. 럭시는 카카오에 인수됐지만 현재는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직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일뿐더러, 럭시의 모든 사용자가 카카오로 넘어간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카카오 역시 넘어오길 희망하는 이들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옆자리보단 뒷자리를 선호하고, 조용히 목적지에 가고 싶어요

가장 대표적인 두 앱을 다운 받았다. 프로필사진과 실명, 전화번호, 성별, 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를 기입하면 회원가입이 완료된다. 럭시의 경우 탑승 설정도 가능하다. 옆자리와 뒷자리 중 더 선호하는 곳, 트렁크 사용 여부, 운전자와의 대화 여부, 음악을 들을지 등 꽤 세부적인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조용히 가고 싶어요’라는 옵션을 보니 라이더(탑승자)를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제수단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1000원이 결제된다. 놀랄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결제 수단인지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5~10분 내에 자동으로 결제가 취소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카풀 서비스를 체험해야만 하는 때가 오고야 말았다.

# 출발 시간부터 도착지까지 세부 설정 OK…가격도 OK?

출발지와 도착지, 탑승 인원 등을 설정하면 카풀을 요청할 수 있다. 카풀 요금은 예상 소요 시간, 즉 거리를 토대로 측정된다. 광화문역에서 출발해 신림역으로 도착하는 루트를 설정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승차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나를 픽업해준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예상 소요 시간 1시간에 약 1만860원,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어디까지나 회사 돈으로 지불한다는 가정에서다. 개인이 이용한다고 했을 때도 나쁘지 않은 금액인지는 잘 모르겠다. 택시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 대중교통보다는 비싸다. 

모든 조건을 지정한 다음 매칭을 요청했다. 두 앱 모두 신청했으니 하나는 걸리겠지. 그러나 2시간이 지나도록 매칭(드라이버와 라이더가 연결되는 것)은 되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승차 시간으로 지정한 5시50분까지 채 1시간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체험기는 물 건너가는 것일까?

# 드라이버의 얼굴, 차량번호, 성격까지 모두 알 수 있다면?

불행인지 다행인지 풀러스를 통한 매칭에 성공했다. 탑승 시간과 장소, 운전자의 사진, 차량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드라이버의 평점과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매우친절’ ‘매우만족’ ‘편안함’ 등의 키워드가 불안한 마음을 다소 진정시켜줬다. 

뿐만 아니라 ‘조용한 성격’ ‘골목길 힘듦’ ‘비흡연 차량’ ‘뒷자리 가능’ 등의 옵션을 통해 운전자의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몹시 흥미로웠다. 1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할 동승자인 만큼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점도 있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궁금한 건 단연 운전자의 프로필이다. 나를 태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 운전자 사진을 클릭하면 운전자의 자세한 회원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앱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본인의 얼굴이 아닌 풍경사진, 연예인 사진 등을 설정해놨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정직하게 본인의 얼굴을 올려놓았다. 풍경사진을 올려놓은 기자의 프로필과 대조됐다. 드라이버는 ‘산’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의 무엇을 믿고 매칭을 수락했을까.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 서둘러 프로필을 얼굴 사진으로 변경했다.

가장 다행이었던 점은 뒷자리에 타도된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후기들에 따르면 “뒷자리에 앉았더니 택시인 줄 아느냐며 드라이버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경험담이 있었다. 이처럼 미리 뒷자리에 앉아도 된다는 사실은 라이더로 하여금 고민의 폭을 줄어들게 해주는 것 아닐까.

[체험기] “저 무사하겠죠?”…20대 女기자의 카풀 출퇴근기①# “죄송한데 혹시 6시에 뵈어도 될까요?”

드라이버로부터 연락이 왔다. 매칭됐을 경우 드라이버와 라이더는 풀러스 앱을 통해 대화할 수 있다. 드라이버의 요청에 픽업 시간을 10분 늦췄다.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사실 감지덕지다. 상상해보라. 드라이버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5시50분이 너무 빨라서 못하겠다고 하면 다시 드라이버를 찾아야만 하는데, 퇴근 시간까지 고작 20분 남은 상황에서, 어느 세월에 드라이버를 다시 구한단 말인가.

카풀 탑승까지 약 10분 남았다. ‘납치당해도 할 말이 없는’ 공간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끝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체험기]②에서 계속…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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