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봉천동 12-1구역 재개발

지금 필요한 건 ‘포용’과 ‘견제’… 3대 조합장 선거가 ‘관건’

기사승인 2018-11-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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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12-1구역 재개발단지가 시끄럽다. 조합원들은 경남기업의 부도로 3년 5개월여간 멈췄던 공사가 지난 8월 6일 재개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2대 조합장의 사퇴와 3대 조합장 선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개발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비례율이 절반가량 떨어지며 조합원들은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소수지만 2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부담 해야 하는 이들도 생겼다. 평균 7000만원 수준의 추가부담금에 비해 2~3배에 달하다보니 조합원 간 갈등이 깊어졌다.

여러 근거 없는 비난과 오해, 책임을 따지는 말들이 오가며 서로를 상처 입히고 헐뜯었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윗집, 아랫집, 옆집에 살아갈 이웃들이 서로를 외면하고 원수가 된 것처럼 보인다. 서로를 포용하려하기보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소송을 하겠다고 벼르는 모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시공사의 변경과 정비업체 선정과정에서의 비리의혹이다. 2대 조합장이 일부 조합원의 경남기업으로 재시공하자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하고 주식회사 삼호로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것과, 자신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무리하게 계약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제대로 업무처리는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실 확인결과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분명 일부 조합원들이 경남으로 공사를 이어갈 경우의 낮은 추가부담금 등을 이유로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경남을 지지하거나 삼호와 함께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남은 검토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경남을 검토과정이나 현장설명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외면한 정황도 있다. 다만, 현장설명회나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입찰과 유찰,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과정에 경남은 참여하지 않거나 시일이 지나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이지 않았다. 시공사 선정절차상 하자도 없었다.

2대 조합장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정비업체를 무리하게 계약했다는 의혹도 사실과 달랐다. 정비업체 대표와 2대 조합장에 따르면 기존 8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한 정비업체와 계약이 유지되고 있어 자문업체로 계약해야했고, 그마저도 조합장과의 인연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비용에 계약을 채결했다.

계약 후 관리처분변경과 전 시공사인 경남이 이미 공사한 부분에 대한 비용인 타절금 등의 정산과정 등에서 자문을 했고, 경남이 요구했던 172억원의 타절금을 30억원으로 낮췄다. 기타 공사비와 사업비, 비례율 선정과정에서도 최대한 조합과 조합원의 이득을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다.

정비업체 대표 A씨는 “처음 조합장이 부탁을 했을 때 안 들어오려 했다. 공사지연 등으로 복잡한 현장에 일반적인 계약금의 1/4도 안 되는 금액을 받겠다고 계약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조합장 부탁에 자문 계약을 맺고 일부는 정비업체처럼 조합업무를 지원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2대 조합장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외면했을 사업이란 설명이다.

더구나 시공사 변경, 공사재개를 위한 공사비 및 사업비 책정, 비례율 산정 등의 내용을 담은 관리처분 변경과정에서도 삼호가 추가된 공사비와 사업비 등을 이유로 비례율을 85%로 제시했을 때 103%까지 비례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103%의 비례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삼호가 제안한 85%에서 2%p 가량 올린 87.54%로 비례율을 정하는데 동의했다. 이와 관련 정비업체 대표는 “103%로 맞춰 놓은 것이 있으니 완공 후 최종적으로 관리처분변경신청을 할 때 돈을 남겨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려는 2대 조합장의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고, 일부는 오해와 소통문제로 발생한 문제였던 것으로 대부분 밝혀졌다. 다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은 없다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이를 소수에게 강요하려는 모습도 일부 있었다.

실제 27평형 1채를 분양받은 조합원 중 누군가는 1집터(13.5평)를, 누군가는 2집터를 가지고 있으며, 비례율이 100% 이상으로 높았을 때 이득을 많이 볼 수 있었으니 비례율이 내려간 지금 1집터를 가진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은 추가부담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요하는 것은 그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로 비춰진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이 최근 봉천12-1구역 재개발 단지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의 핵심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누구도 여기에 대해 뚜렷한 답변이나 해법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청 또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내부에서의 조정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할 뿐이다.

기로에 선 봉천동 12-1구역 재개발

◇ 앞으로가 중요한 공사현장, 하지만… 여전히 같은 꿈, 다른 해몽

취재과정에서 만난 모든 조합원과 관계자, 심지어 외부에서 사업을 지켜보는 이들까지 모두는 추가적인 부담 없이 앞으로의 공사가 순탄하게 이뤄져 예정된 시일에 안전하고 튼튼한 집으로 입주가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논란을 잠재우고 공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조합원 B씨는 “이미 일어난 일들을 후회하고 고민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삼호로 시공사가 정해져 공사가 시작됐다”면서 “앞으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의 피해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조합장 직무대리 등 조합 관계자들도 과거에 이랬으면 하는 말들은 가정일 뿐이며 지금 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합장 선거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완공까지 해결하지 못한 여러 문제들을 매듭짓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심지어 경남기업 관계자 또한 “삼호로 결정돼 시공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갈등이나 논란이 커질수록 공사가 지연되고 차질을 생겨 조합원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어렵지만 서로 간의 소통과 이해, 포용과 양보를 바탕으로 사안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연순 2대 조합장은 “공사가 재개된 만큼 이제는 내부적인 갈등을 봉합하고 삼호가 제대로 공사를 하는지, 사업비나 기타 비용을 허투루 쓰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최대한 조합원들이 추가부담을 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견제해야한다”면서 “다소 오해가 있었을지언정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의 바람처럼 봉천12-1구역 재개발 사업의 순탄한 진행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 될 날이 오는 12월 1일일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이날 3대 조합장을 선출할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나아가 조합이 홀로 삼호를 견제할지를 조합원들에게 물을 계획이다.

문제는 이날이 시작될 변화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삼호의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조합장을 제대로 뽑아야 하지만, 만약 잘못 뽑았을 경우 삼호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조합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단독후보이자 학력 및 경력 왜곡의혹을 받아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거론된 후보와 함께 후보등록이 취소됐던 인물을 믿고 뽑을 수 있겠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부동산투기꾼들에 의해 조합이 찢어지고 있으며 아무도 교통정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합원 C씨는 “앞으로의 조합은 무엇보다 청렴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추진해야한다. 따라서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신뢰와 믿음을 받을 수 있는 이여야 한다. 적어도 협상과 의사결정과정에서 사익만을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후보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반면 조합 관계자는 “청렴하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안 만드는 게 좋다”는 뜻을 조합원들에게 전했다. 선관위 또한 “후보 등록과정에서 논란이 있어 공정성을 위해 등록을 모두 취소하고 재공고를 거쳐 선정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비업체 선정 해지 관련 안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2대 조합장은 “앞으로의 조합과 조합원을 위해서는 정비업체와 손을 잡고 삼호가 건설을 제대로 하는지, 사업비나 공사비 등을 제대로 집행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한다”면서 정비업체 선정해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당초 정비업체가 103%로 제시했던 비례율을 삼호의 주장에 따라 87%로 조정하며 향후 공사와 사업진행과정에서 비용을 최대한 줄여 관리처분변경신청을 할 때 조합원에게 차익분을 배분할 계획이었다”면서 “조합이 시공사를 제대로 견제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관악구청 또한 “조합이나 집행부가 건설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은 아니기에 정비업체를 선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라며 “봉천 12-1구역의 경우 공사지연과 시공사변경, 관리처분 변경인가 등 여러 업무가 남아있는 점을 고려해 권고를 하고 있지만 회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 섞인 답변을 내놨다.

이에 반해 조합은 “기존에 선정한 정비업체의 업무처리 능력 등으로 볼 때 조합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판단에서 선정해지를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라며 “현 조합의 운영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정비업체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에 때에 따라 필요할 때 조언(컨설팅)을 듣거나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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