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박사 이선호의 항문 이야기] "항문이 아파요"

[똥꼬박사 이선호의 항문 이야기] "항문이 아파요"

기사승인 2020-09-02 0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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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
[똥꼬박사 이선호의 항문 이야기]
항문외과 외래에는 당연히 항문이 아파서 내원하는 환자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심하게 아파서 의자에 앉기도 힘들어 하는 경우에서 아픈 것까지는 아니고 뭔가 묵직한 불쾌감이 느껴진다는 경우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항문이 아픈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아주 심하게 욱신거리며 아플 때는 염증이 생겨 고름집이 많이 커져 있을 경우가 많다.

항문 주변에 염증이 생겨서 붓고 아프게 되는 병을 항문주위농양이라고 하는데, 항문 주위에 염증이 생기면 단 며칠 사이에 고름집이 많이 커지며 병세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심하게 곪아서 열이 나고 고름이 직장 주위까지 번질 수도 있다. 얼른 병원을 찾아 환부를 째고 배농(고름을 배출)을 해줘야 하는 질환이다.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닌데 뭔가 항문에 끼여 있는 듯한 불쾌감과 둔한 통증이 느껴지는 때는 치핵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음주가 잦았다거나 심한 운동, 또는 배변이 어려웠던 경우 등으로 인해 항문 부위 혈액순환이 나빠지며 항문 쪽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곳에 혈전 덩어리가 생기거나 점막 쿠션이 부어오르는 증상이 이른바 치질로 불리는 '치핵'이다. 이 경우 배변 후 잘 닦여지지 않다는 느낌이 들고 잔변감으로 불쾌한 기분도 얼마간 지속된다.

배변 시 칼에 베이는 듯 통증이 느껴지거나, 배변 통증은 못 느꼈지만 비데 사용을 하거나 물이 닿았을 때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치열이란 항문병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휴지로 닦을 때 약간의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한다. 치열도 꽤 흔한 항문병인데 특히 젊은 여성에게 빈발한다. 치열은 변이 단단하거나 너무 힘주어 배변할 경우, 또는 스트레스 등으로 항문 괄약근이 과도하게 긴장하며 좁아지는 경우에 잘 생긴다.

배변과 관계없이 회음부나 꼬리뼈 부근이 뻐근하게 아프고 계속 신경 쓰일 정도의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고 여기저기서 치료를 해봐도 뚜렷한 질병은 확인되지 않는데 통증은 지속된다. 바로 '비특이성 항문통증' 또는 '치골직장근 증후군'이라는 병증이다. 원인은 불명확하고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는 학설이 있다. 물론 오랫동안 배변을 못해서 아래가 빠지듯이 아픈 경우와 감별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아픈 병만을 얘기했는데, 정작 양성 항문병 중에 가장 골치 아픈 병인 치루는 아프지 않다. 치루는 항문 안쪽과 바깥쪽을 연결하는 통로가 생긴 병인데 평소 염증이 없을 때는 별 증상이 없어 소홀히 여기기 쉽다. 그렇지만 치루는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병이다. 아프지 않다고 그냥 두면 절대로 안 된다. 조용히 숨어있다고 무시해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닌 항문병이 치루이기 때문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