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수수료 인하에도 반응이 떨떠름한 이유 [구기자의 쿡IT]

구글 인앱결제 30%→15% 인하안 발표
매출액 차등 둬 대형업체에는 의미 없어
국회 "인앱결제 방지법 계속 논의"

기사승인 2021-03-19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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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수수료 인하에도 반응이 떨떠름한 이유 [구기자의 쿡IT]
구글 플레이스토어 로고.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먼저 세 명의 간단한 대화를 듣고 시작하실까요. 이번 구글 수수료 논란의 핵심을 짚어보았습니다. 

A: "구글이 게임 말고도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30% 수수료를 받겠대!"
B: "앗! 갑자기 구글이 수수료를 낮춘대! 30%에서 15%로 줄인다는데?"
C: "오호라. 그런데 다 15% 적용이 아니네?"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난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거슬러가는 게 좋겠습니다. 구글이 지난해 게임에 한정해 강요했던 인앱결제를 웹툰,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까지 확산하겠다고 돌연 발표해 논란이 됐었죠. 구글 인앱결제는 결제할 때마다 30%의 수수료를 떼간답니다. 즉, 소비자가 100원 결제하면 30원은 구글이 가져가고, 사업자는 나머지 70원만 가져갑니다. 사실상의 30% 수수료 강요인 셈이죠.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앱 개발자로서는 고정 지출비용이 커져 예전보다 콘텐츠 수익성이 저하되겠죠. 수익을 맞추기 위해 콘텐츠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콘텐츠 소비가 위축될 거고요. 개발사들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츠를 내놓아도 수수료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답답한 경우가 생기기도 할 겁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카카오가 속한 인터넷기업협회와 스타트업들이 만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의 단체들은 구글의 이 같은 정책에 당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업계만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원들까지 힘을 실어줬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세 스타트업들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구글이 자사 앱장터에서 구글 빌링 시스템을 사용하는 결제(인앱결제)의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한다고 깜짝 발표했습니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만들려는 국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내놓은 건데요.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면 상식적으로 좋은 일이 아닐까요? 

예상 외로 업계 반응은 떨떠름합니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를 '생색내기식 미봉책'이라고 부르며 이른바 인앱결제 방지법을 어서 통과하자고 외치고 있는데요.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바로 구글이 연매출 100만 달러(11억원) 이하 기업에게만 15%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큰 기업에게는 30%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업체들은 어차피 매출이 적은 기업들은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구글이 이 같은 '꼼수'를 부린 거라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46개 업체 대상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번 수수료 인하안을 통해 406억원을 깎아주고 5107억원을 얻게 되는 효과가 납니다. 미국 CNBC방송도 앱시장 정보업체인 센서타워의 조사 결과 이번 인하결정에 따른 수수료 감소분이 5억8700만 달러로 전체 수수료의 5%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즉,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라고 볼 만하죠. 구글로서는 이익이 커지면서, 중소업체들을 위한 상생책도 마련했으니 명분이 설 수밖에요. 

게다가 이번 구글의 중소기업에 한한 15% 인하책은 애플이 이미 시행하고 있던 정책이기 때문에 구글만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기에도 애매하게 됐습니다. 앱마켓 점유율을 나눠 가지는 애플과 구글이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장 네이버나 카카오 등 큰 업체들은 중소업체나 스타트업과 힘을 합쳐 인앱결제 금지를 밀어붙였었는데, 이제는 스타트업과 힘을 합칠 수 없게 되어 난감해졌습니다. 가장 큰 명분이었던 '중소업체들이 고사한다'는 얘기를 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제 대형사들은 이제 하나의 이익단체로서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수료율이 문제가 아니라,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자사의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게 본질이라는 것이지요. 이 본질을 외면한 수수료 인하안은 생색내기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되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수료 조정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성명에는 인터넷기업협회뿐 아니라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등이 참여했습니다. 아무리 대형 업체라도 콘텐츠 제작자들로서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취지입니다. 웹툰이나 웹소설 시장을 키우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번 구글 정책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플랫폼들이 앱마켓 수수료의 95% 이상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튜브나 유튜브뮤직, 구글클라우드와 같은 구글 계열사 앱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인 대형사로서는 이 같은 조치가 '경쟁사 죽이기'이기도 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제 판단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구글 앱마켓으로 개발 앱이 글로벌 소비자와 만날 기회를 주는데, 대형사에 30% 수수료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죠. 중소업체에게는 15%만 떼니까 시장을 고사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앱콘텐츠 비용이 올라가고, 내가 선호하는 방식의 결제가 아니라 오직 구글플레이 결제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인앱결제 방지법은 어떻게 될까요? 인앱결제 방지법을 논의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원욱 위원장은 일단 구글의 태도 변화는 존중하지만, 입법 논의는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공정시장 조성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이죠.

미국에서도 인앱결제 방지 법안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 하원은 지난 3일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다른 주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있습니다. 구글이 수수료 인하 카드를 내놓은 상황에서, 앞으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어떻게 될지 주목해봐야겠습니다. 

ku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