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두 회사로 쪼개진다...인적분할 방식 유력

SK텔레콤 인적분할 방식 유력해
14~15일 사이 직원 타운홀 미팅
지배구조 개편 청사진 그릴 듯

기사승인 2021-04-14 06:00:05
- + 인쇄
SK텔레콤, 두 회사로 쪼개진다...인적분할 방식 유력
박정호 SK텔레콤 CEO. /제공=SK텔레콤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SK텔레콤이 곧 두 개 회사로 쪼개진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율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회사와 중간지주회사로 분리된다. 

현재 SK의 전체 지배구조를 보면 SK(주)가 SK텔레콤을 통해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을 지배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 안에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율(20%)을 30% 이상으로 올려야만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오는 14~15일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대한 설명회를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설명회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되며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박정호 CEO가 직접 이야기할 예정이다. 

쪼개는 방법은 인적분할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부문을 전담하는 MNO부문과 반도체·커머스를 담당하는 비통신 뉴비즈 부문으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통신부문은 존속회사, 비통신 부문은 투자회사(중간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향후 중간지주회사는 SK(주)와 합병을 고려할 수 있다. 추후 중간지주회사가 SK(주)와 합병을 하고 나면 손자회사가 아니라 SK(주)의 자회사가 되어 운신의 폭은 더욱 커진다. 중간지주회사에 대한 가치평가와 이에 따른 합병비율이 어찌 될지는 그 다음 문제다. 

다만 중간지주회사가 기존 자회사를 얼마나 가져갈지 여부는 아직 베일 속에 싸여 있다. 사업회사에 SK하이닉스만 놓일 수도 있고, 11번가와 ADT캡스, 원스토어, T맵모빌리티 등이 모두 옮겨갈 수도 있다. 중간지주의 핵심은 결국 SK하이닉스긴 하지만 SK하이닉스만 넘어가면 인적분할 적격성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주총 당시 "회사 시가총액이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고민했고, 올해 반드시 시행하겠다"면서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공언했다. 

특히 박정호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박 사장이 SK하이닉스를 소유한 중간지주회사의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MNO 부문은 현재 무선통신 부문을 총괄하는 유영상 MNO부문 대표가 맡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텔레콤, 두 회사로 쪼개진다...인적분할 방식 유력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가안. 자료=하나금융투자

관건은 SK하이닉스를 SK(주)의 자회사로 만들면서도 합병 노이즈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주들을 고려해 주주를 만족시키면서도 더욱더 회사 가치가 극대화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보다 인적분할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물적분할의 경우 기존회사를 통해 100% 자회사로 체계가 개편되기 때문에 새 회사의 주식을 받을 수 없지만, 인적분할은 주주가 신설 투자회사(중간지주회사)의 주식을 투자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신설회사의 주식을 종전 지분율대로 배정받아 주주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주로 쓰인다.

가까운 예로, 앞서 LG화학이 물적분할을 선택했을 때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물적 분할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새로 상장되면 LG화학의 지분이 희석되고, 자회사에 비해 기존기업의 가치가 할인된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신설회사의 주식을 갖지도 못했기 때문에 더욱 불만이 높았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기와 방법론은 의견이 분분하나, SK와 합병을 고려하지 않는 인적분할은 SK텔레콤 기업가치에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진행되는 자회사 IPO 추진은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 11번가로 이어져 연결 자회사들의 기업가치 재평가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적분할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SKT를 사업회사인 SKT와 중간지주사로 분할하고 향후 중간지주사와 SK간 합병이 추진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주주 반발을 의식해 SKT가 SK와의 합병 우려를 줄이는 방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라며 "SKT 경영진이 SK(주)와의 합병우려를 줄일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면 주가는 한단계 레벨업될 것"이라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